[사설] (19일자) 합의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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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9개월여에 걸친 남북관계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몇몇 중요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공동발표문에 들어있는 5개항의 합의내용이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당국간 대화와 각종 교류가 전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어느정도 예약돼 있었다고 볼수도 있다.
북측이 제시한 11개 의제 가운데는 전력지원,장기수 송환처럼 껄끄러운 안건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미 합의됐거나 수용가능한 안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반(反)테러전쟁 선포에 따른 '천하대란'의 위기를 맞아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남북이 화해와 협력을 향해 진일보한 합의를 도출해냈다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남북 장관급회담을 정례화해 제6차 회담을 내달 평양에서 갖기로 합의한 것은 한반도 현안을 논의할 틀을 복구했다는 점에서,또 제4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날짜를 내달 16일로 못박았다는 것은 화해의지를 곧바로 드러내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북경협추진위원회를 내달 23일 개최키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개성공단조성 등 실질적인 교류 협력사업들이 추진력을 얻게 되길 기대한다.
이같은 성과에 못지 않게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다.
특히 경의선 철도 도로 복원과 금강산 육로연결을 위해서는 군당국간 협력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명시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남북한 당국도 이번 회담에서 모든 현안이 한꺼번에 풀릴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북회담에서는 쉬운 일부터 합의해 하나하나 성실하게 이행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회담이 몇가지 가시적 성과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합의해봤자 뭘 하겠느냐'는 식의 반응도 만만치 않음을 남북한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지난 3월로 예정됐던 5차 장관급 회담이 회담당일에 북한의 일방적 통고로 연기됐듯이 이번에 합의를 했다해도 북한측이 언제 또 무슨 핑계로 엉뚱한 말을 할지 모른다는 불신이 짙게 깔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합의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이같은 불신을 씻어내는 일이다.
식량지원도,전기공급도 모두 그 다음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