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테러 대참사 배후조정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으로 21세기 첫 전쟁을 개시할 태세다. 미국은 이를 위해 아프간 주변국가들에 영공허용 및 군사기지 사용 등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 지역을 전진기지로 아프간을 전면 압박해 들어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와 관련, 아프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구소련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미 군사보복을 위한 최적의 발진기지라고 17일 보도했다. 그러나 주변국마다 아프간 집권 탈레반과의 관계 등 처한 상황이 달라 미국이 이들로부터 어느 정도까지의 군사적 협력을 얻어낼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주변국중 테러전쟁에 가장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파키스탄을 아프가니스탄과의 협상통로와 군사기지 제공처로 이용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최후통첩을 든 파키스탄 대표단이 17일 아프간의 최고지도자 오마르와 만나 협상에 들어갔다. 특히 파키스탄을 경유,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는 모든 상품의 통관을 17일부터 금지해 아프간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봉쇄에 들어갔다. 미국은 파키스탄 북부에서 아프간 남동부지역을 관통하는 루트를 군 침투경로로 이용할 전망이지만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 침투효과는 의문시되고 있다. 효과측면에서는 아프간 북부에서 공격하는게 낫지만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의 영토사용 허가를 얻어내야 한다. 특히 이 두나라는 탈레반 정권과 투쟁을 벌이고 있는 반군조직인 '북부연맹'에 물자와 자금을 공급해 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을 전진기지로 활용하면 미국이 북부연맹을 통해 아프간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특히 수도인 타시켄트가 구소련시절 중앙아시아 주둔 소련군 본부가 있던 곳인 만큼 매력적인 전략요충지로 꼽히고 있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때 발진기지로도 사용될 만큼 미국이 24시간 공습과 지상작전을 펼 수 있는 곳이지만 당장은 미국에 영토허용을 해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논의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그러나 서방국가들이 자국영토를 통해 아프간을 침공하는 것을 허용치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아프간 북부지역 국경과 접하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은 중립을 선언, 미국 병력의 자국내 영토사용을 불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중국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테러와의 싸움에는 협력의사가 있지만 테러전쟁에 대한 군사지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프간으로부터 테러리스트 유입을 이유로 국경지대를 봉쇄했다. 이란은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탈레반에 대한 시선도 곱지않은 입장으로 난민유입을 막기 위해 아프간과의 국경을 봉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아프간 북부 국경에 인접한 국가들에 대한 영토사용에 대해 러시아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는게 군사작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관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영향권하에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타지키스탄에 2개의 군사기지를 두고 1만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9일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