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보복이 임박한 가운데 미 수사당국이 오사마 빈 라덴(44)의 범죄혐의에 대한 물증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빈 라덴이 이번 테러의 직접적인 배후인물이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21세기 첫 전쟁"에 대한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미국이 주장하는 모든 혐의는 반드시 사법적으로 입증돼야 할 것"이라며 "증거없이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것이 바로 테러"라고 역공을 펴고 있다. "선 증거확보,후 보복공격"으로 기울고 있는 미국내 여론도 수사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조사대상자 8백21명중 81%가 확실한 물증을 잡을 때까지 군사보복을 미뤄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수사당국이 현재까지 공개한 증거는 빈 라덴의 조직원중 일부가 이번 테러에 가담했다는 사실 정도다. 우방은 물론 이슬람국들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증이 필요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수사당국은 전세계 4천여명의 요원들을 총동원,약 5만건의 단서추적에 나섰다. FBI는 17일 현재 테러가담 혐의자와 참고인 49명을 심문중이며 추가로 2백여명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3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역에서 체포했던 2명의 공범 용의자들에 대해서도 이날 긴급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비 미국시민들을 구속하고 전화를 도청하며 돈세탁을 추적할 수 있도록 수사관들의 권한을 확대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