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명성황후」등의 사극을 필두로 강인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안방극장의 주류를 형성해온 근래의 흐름과달리 얼마전부터 선굵은 남성드라마가 다수 제작, 전파를 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것은 단연 SBS「수호천사」다. 오는 20일종영을 앞두고 있는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명백한 선악구도, 고난을 딛고 신분상승을 일궈가는 주인공 등 트렌디드라마의 일상적인 도식을 그대로 답습했지만 현대극으로는 드물게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김민종과 윤다훈이라는 두 남성 탤런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대결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윤다훈은 시트콤 출연을 통해 다져진 본인의 코믹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성격파 악역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마쳤으며, 김민종은 배운 것은 없어도 패기넘치고 의리있는 주인공, 하태웅을 제대로 연기해 극을 빛냈다. KBS 2TV가 지난 3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월화드라마「순정」도 아직 7% 안팎의 시청률로 별다른 눈길을 끌고있지는 못하지만 이종원과 류진의 남성미 넘치는 연기가 볼만하다. 이종원은 누명을 쓴 도망자의 신세임에도 언제나 동생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강현기역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류진은 아버지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에 반항아적 기질을 갖게 된 형사로 등장, 동료들과 좌충우돌하면서도 냉철한 이성으로 침착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이 드라마는 광고를 방불케할 정도로 긴장감을 잃지 않는 화면을 통해 두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하고 있으며, 두 탤런트의 연기도 한창 물이올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고있다. 한편, SBS가「수호천사」후속으로 오는 26일부터 방영할「신화」도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온 두 남성의 이야기가 중심축이 되며, 오는 11월 방영예정인「피아노」도 평생을 삼류깡패로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태조왕건」의 궁예로 큰 인기를 모았던 김영철이 주인공. 이밖에 KBS 2TV의 주말드라마「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와 SBS「아버지와 아들」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천착이 극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한동안 유일한 남성드라마로서 명맥을 이어온 KBS 1TV 대하사극「태조왕건」도 여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선굵은 남성드라마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방송제작자들이 여성을 앞세운 드라마를 다수 제작하면서, 소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적인 난국 속에 어려운 처지에 빠진 남성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에대한 반작용으로 드라마를 통해 강한 남성들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태조왕건」의 안영동 책임프로듀서는 "올해들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신선함을 전해주었던 여성 드라마가 어느 정도 시청자의 눈에 익숙해질 때가 온 것 같다"며 "시청자가 싫증을 느끼기 전에 제작진들이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