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지난 11일의 미국 대참사 배후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이 1개국 이상의 외국 지원을 받아 자행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CNN 등 미국 언론들은 한 행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지난 11일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에 피랍된 여객기를 충돌시킨 납치범 일당중 1명이 올들어 유럽에서 이라크 정보관계자와 접선했다고 전했다. 또 영국 전투기가 이날 미국 테러참사 이후 처음으로 이라크 남부 방공시설을 공습했다. 럼즈펠트 장관은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을 비행하는 미·영 군용기를 상대로 한 이라크의 적대행위에 대한 통상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황은 미국이 7개 '테러지원국'명단에 올려 놓은 이라크를 배후 용의 국가의 하나로 지목하고 있으며 사실이 확인되면 이라크에 대해서도 보복을 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라크는 미국의 보복공격 대상에 자국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가 발행인인 일간지 바벨은 18일 "우리는 미국의 보복 공격 대상에 우리가 상위에 올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참사 이후 테러 비난에 나선 대부분의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을 줄곧 비난해온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이날 미국과 서방세계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시온주의에 의한 이슬람권과 기독교권의 '문명충돌' 기도에 대해 경고했다. 한편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부(CIA)국장은 지난 16일 주간 '더리 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테러 대참사의 실제 배후는 후세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