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선언을 주도했던 김정득(37) 회계사. 그는 몇차례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김 회계사는 그러나 "당시에 양심선언을 했더라면 3년뒤 대우패망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크게 줄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은 충남 홍성에서 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 회계사를 만났다. -양심선언에 동조한 회계사는 몇명이나 됐나. "처음에는 산동회계법인에 같이 있는 동기생끼리 양심선언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개인에게 닥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회계법인에 있는 동기생을 모두 참여시키기로 했다. 회계사 동기생 2백70명 가운데 1백명이 동참의사를 밝혔다" -양심선언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 후회스럽지 않나. "그때 공개적으로 대우부실 문제를 지적했더라면 이후 대우사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해 본다. 아마 대우자금난은 훨씬 먼저, 그러나 비교적 제한적인 형태로 터졌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대우 자사에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주는 충격도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동료들은 대우사태가 터진 다음 '그때 우리가 나섰어야 했다'며 후회하기도 했다" -불발로 끝난 진짜 이유는 뭔가. "역시 개인적인 피해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장치가 그 당시에는 없었다. 지금이야 내부고발자 보호장치도 생겨나고 있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또 양심선언을 해봤자 사회에 만연한 분식회계와 부실감사 행태가 얼마나 달라지겠느냐는 회의론도 상당수 동료들로부터 제기됐다" -선배나 회사측의 압력은 없었나. "내 기억으로는 별로 없었다. 다만 선배들은 과거에 공정감사를 위해 실력행사를 했는데도 전혀 달라진게 없었다는 실패담을 전해줬다. 일부 선배들은 우리의 뜻에 공감하기도 했다" -당시 양심선언을 통해 공개하려 했던 대우의 분식회계금액은 얼마나 되나. "감사조서를 통해 관련자료를 확보하고 대우계열사를 중심으로 분식금액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우 계열사는 3조원은 족히 넘었다. 어떤 항목은 회계기준에 따라 용인될 수 있는 사항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때 자료확보를 통해 계산한 분식금액은 용인할 수 없는 경우였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