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노장 이강철(기아)의 얼굴에 오랜만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지난달 1일 기아 타이거즈의 출범과 함께 친정팀에 돌아온 이강철이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의 갈림길이었던 19일 한화전에서 복귀후 첫 승을 따내며 그동안의 부진을 어느 정도 털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자신을 불러준 김성한 감독의 은혜에도 보답한 쾌투였다. 기아의 전신인 해태가 불안한 4위를 지키던 지난 7월말. 젊은 팀 특유의 패기와 끈기로 버텨오던 김 감독은 4강 진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실한 마운드 보강은 물론 큰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선수가 절실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김 감독의 두가지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선수는 10년 연속 두자리 승수라는 독보적인 기록과 함께 해태의 5회 우승을 이끈 뒤 지난 99년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으로 이적한 이강철뿐으로 보고 적극적인 영입에 들어갔다. 결국 부상 등의 이유로 두터운 마운드의 삼성에서 출장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며 퇴물 취급까지 받던 이강철은 다시 호랑이 유니폼을 입게 된 것. 그러나 이강철은 복귀 뒤 두번의 선발 등판에서 한번도 5회를 넘기지 못하는 등 10경기에서 1세이브만 건졌을 뿐 2패와 방어율 9.45를 기록, 친정에서도 좀처럼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 4위를 달리던 팀도 이 기간에 한 때 7위까지 추락하는 등 부진해 마음고생은 깊어만 갔다. 마침내 긴 부진을 끊고 이종범과 함께 기아의 든든한 맏형으로 돌아온 `핵잠수함' 이강철이 팀의 4강 진입과 포스트 시즌에서의 영광을 다시 한번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