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워 정의를 실현한다' 미국 국방부가 테러전쟁을 수행키 위해 1차 병력 파견명령을 내리면서 '무한정의'(無限正義·Infinite Justice)'라는 추상적인 작전명을 내세웠다. 홍콩영화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 작전명은 몇년이 걸리는 장기전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뜻. 테러범 응징에 임하는 미국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느낄 수 있는 명칭이다. 미국에서 '무한정의'처럼 추상어와 개념어가 작전명으로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이 지난 몇년간 사용한 작전명은 '번쩍이는 총검''뿔이 긴 소''무지개' 등이었다. 지난 91년 걸프전때 작전명은 '사막의 폭풍'이었다. 이번에 이례적인 작전명을 사용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미국 지도부가 지난 11일 테러 공격을 당한 이후 '정의의 실현'을 강조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악의 세계'인 테러세력을 제거,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 여기에는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며 테러세력을 '악의 세계'로 규정,'선의 세계'인 국민과 각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과 테러세력을 고립시키기 위한 외교전의 기본개념도 '선과 악'이다. 테러 세력과의 전쟁 작전명이 '무한정의'인 것에 반해 본토 경계 작전은 '노블 이글'(Noble Eagle),즉 '고귀한 독수리' 혹은 '당당한 독수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독수리는 미국을 상징하는 국장(國章)이다. 테러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당당하며 미국의 고귀한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