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보안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주 사상 최악의 테러사건을 경험한 미국 기업들은 건물통제 강화,해외출장 금지,자사로고사용 제한,백업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우선 대부분의 기업들이 출입통제를 매우 까다롭게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건물인 트랜스아메리카피라미드는 출입문을 하나만 사용하고 건물 내에서 근무한다는 신분증을 확인한 뒤에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인텔 본사도 정문은 물론 12개 빌딩에 모두 안전요원을 배치해 놓고 있다. 1천1백30억달러를 운영하는 연금관리회사인 프린스펄 금융그룹는 아예 건물 내 주차를 금지하고 있다. 회사측은 "영구적인 조치는 아니지만 언제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출장을 무기 연기한 기업들도 많다. 휴렛팩커드는 "고객들이 컴퓨터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반드시 휴렛팩커드의 직접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만을 제외하고는 전세계 직원들에게 출장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의 최대 생명공학회사인 암겐은 항공출장을 전면 금지하고 제품운송도 트럭을 통해서만 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측은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아도 고객들에게 24시간 내 제품배송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다고 밝혔다. 직원들이나 해외사무소가 대외적으로 회사 로고를 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업도 있다. 미국 최대 군수회사중 하나인 보잉은 직원들에게 국내외 여행을 할때 보잉사 직원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옷이나 가방을 착용하지 못하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있다. 전세계에 35개 국가에 4만7천명의 종업원이 있는 미국 굴지의 건설회사 플루오어의 앨런 보에크만 사장은 "미국 기업의 경우 인지도가 높으면 특히 해외에서 테러 위협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해외사무소의 모든 빌딩에서 회사 상호를 제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무역센터 참사에서 백업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기업들의 경우 영업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점을 감안,앞으로 백업시스템구축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2천억달러 이상을 운영하는 미국의 2대 뮤추얼펀드회사인 뱅가드그룹은 각종 자료와 전화교환소를 3개주에 나눠 백업해 놓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 기업들의 보안장비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동문제 전문가인 케네츠 카츠맨은 "미국이 가는 곳에 테러가 있을 수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도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리콘밸리의 보안기술관련 애널리스트인 폴 사포는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은 보안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 사건"이라며 "앞으로 비즈니스는 항상 테러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