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곧바로 내리고 있으나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때문에 금리인하를 통해 기업과 개인의 금융비용을 줄여 투자를 촉진하고 소비를 늘리는 정책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올 들어 모두 4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1.25%포인트 내렸으나 은행들은 예금금리만 잇따라 내리고 대출금리 인하엔 소극적이어서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작년 말 평균 2.5%포인트였던 은행권의 예대마진은 지난 3월 3.1%로 0.6%포인트 커졌다. 그 이후 예대마진이 다소 줄어 지난달까진 2.9%포인트를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보름 동안 다시 늘어나 3.0%포인트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특히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내리는 데 더욱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국민 기업은행과 농협은 지난 5∼8월 중 가계대출 금리를 0.6%포인트 내렸지만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0.3%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이들 3개 은행은 8월 중 가계에 1조2천억원을 대출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실적은 1천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외환 등 일부 은행은 신규대출에 대해선 시장금리를 반영하기 위해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 체계를 시장금리연동형 체계로 바꾸는 등 대출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선 이같은 연동금리형 대출금리체계도 실세금리를 반영하는 데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이날 조흥 한빛 등 11개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대출금리 인하를 강력히 촉구했다. 전 총재는 "한은의 콜금리 인하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은행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대출금리도 적극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장은 "현재 3%포인트대인 예대금리차는 선진국의 3.5~4.0%포인트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은행의 수익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대출금리를 내리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 개인고객은 물론 당국이 대출금리를 내리는 데 인색한 은행들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어 은행들은 조만간 대출금리인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