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측과 굴욕적인 내용의 추가협약을 체결해 물의를 빚은 것은 생각할수록 한심한 일이다. 이로 인해 나라 체면이 크게 깎이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게 된 것도 그렇지만 일처리가 어떻게 그토록 주먹구구식인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 대회를 비롯해 앞으로 있을 크고 작은 국제행사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조직위는 무슨 배짱으로 OCA측의 거듭된 계약위반 경고를 무시했는지,외국선수와 임원 1천5백명의 항공료와 숙박비를 우리측이 부담한다는 '시드니협약'은 어떻게 된 것인지,그리고 이행보증금 2천만달러를 추가로 예치하고 이 사실이 공개되면 OCA측이 이를 몰수할 수 있다는 조항은 누가 무슨 근거로 협약서에 넣은 것인지 온통 의문투성이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관계당국은 다시는 이같은 불미스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경위조사를 한 뒤 관련 책임자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무리한 대회유치가 이 모든 사태의 화근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회개최에 따른 기대효과와 막대한 비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가 없었다는 점은 조직위가 8백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고도 예산이 부족해 쩔쩔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준비없이 즉흥적으로 밀어붙인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회에 재발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옳다. 또하나 지적할 점은 계약내용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다가 말썽이 나면 적당히 해결하려는 잘못된 관행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OCA측의 경고를 무시하다가 대회 개최권 박탈과 보증금 몰수 등 최후통첩을 하자 그제서야 허겁지겁 막후교섭에 나서 추가협약을 맺은 것이 전형적인 예다. 이같은 업무처리 행태는 정치 경제 등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고질병으로서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세우기 보다는 사실을 숨기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자세도 고쳐야 한다. 이점은 부산시 조직위원회도 그렇고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감사원은 지난 6월 특감에서 이번 사건을 적발하고서도 숨겨왔다는데 막대한 국민혈세를 축낸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어떤 시정조치를 취했는지 밝혀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