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22일자) 굴욕적인 부산 아시안게임 협약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측과 굴욕적인 내용의 추가협약을 체결해 물의를 빚은 것은 생각할수록 한심한 일이다. 이로 인해 나라 체면이 크게 깎이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게 된 것도 그렇지만 일처리가 어떻게 그토록 주먹구구식인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 대회를 비롯해 앞으로 있을 크고 작은 국제행사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조직위는 무슨 배짱으로 OCA측의 거듭된 계약위반 경고를 무시했는지,외국선수와 임원 1천5백명의 항공료와 숙박비를 우리측이 부담한다는 '시드니협약'은 어떻게 된 것인지,그리고 이행보증금 2천만달러를 추가로 예치하고 이 사실이 공개되면 OCA측이 이를 몰수할 수 있다는 조항은 누가 무슨 근거로 협약서에 넣은 것인지 온통 의문투성이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관계당국은 다시는 이같은 불미스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경위조사를 한 뒤 관련 책임자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무리한 대회유치가 이 모든 사태의 화근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회개최에 따른 기대효과와 막대한 비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가 없었다는 점은 조직위가 8백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고도 예산이 부족해 쩔쩔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준비없이 즉흥적으로 밀어붙인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회에 재발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옳다. 또하나 지적할 점은 계약내용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다가 말썽이 나면 적당히 해결하려는 잘못된 관행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OCA측의 경고를 무시하다가 대회 개최권 박탈과 보증금 몰수 등 최후통첩을 하자 그제서야 허겁지겁 막후교섭에 나서 추가협약을 맺은 것이 전형적인 예다. 이같은 업무처리 행태는 정치 경제 등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고질병으로서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세우기 보다는 사실을 숨기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자세도 고쳐야 한다. 이점은 부산시 조직위원회도 그렇고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감사원은 지난 6월 특감에서 이번 사건을 적발하고서도 숨겨왔다는데 막대한 국민혈세를 축낸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어떤 시정조치를 취했는지 밝혀야 마땅하다.

    ADVERTISEMENT

    1. 1

      ‘공항서비스 1위’의 대역사와 안전·보안 [이호진의 공항칼럼]

      세계 공항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인 ‘12년 연속 공항서비스평가(ASQ) 1위’라는 인천국제공항의 위업, 그리고 중규모 공항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던 김포공항의 성과는 분명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자부심이었다. 빠르고, 쾌적하며, 직원들은 친절했다. 세계인들은 한국 공항의 신속성과 편리함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화려한 찬사에 모두가 만족했고, 공항이라는 공간이 지켜야 할 가장 본질적인 가치인 안전과 보안이 더욱더 중요한 핵심요소라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왔는지도 모른다. 2026년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하다. 지난 2016년 인천국제공항을 마비시켰던 수하물 대란이 시스템의 경고였다면,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는 우리가 안전보다 서비스를, 기본보다 성과를 우선시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준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제는 ‘세계 1위 서비스’라는 가치를 유지하되 먼저 ‘가장 안전한 공항’이라는, 다소 지루하지만, 생존과 직결된 목표를 향해 우리 모두가 반성문을 써야 할 때다. 2016년 1월,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처리 시스템(BHS) 마비 사태는 세계 1위 공항의 민낯을 드러낸 첫 번째 사건이었다. 수만 개의 가방이 엉키고 항공기가 지연되는 아수라장 속에서, 12년 연속 서비스 1위라는 타이틀은 무색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단순한 전산 오류가 아니라, 급증하는 여객 수요를 시설 인프라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예고된 인재라고 지적했다. 서비스 평가 항목인 직원의 친절도나 쇼핑 편의성에 집중하는 동안, 공항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수하물 시스템과 같은 보이

    2. 2

      [기고] 주택 공급, 숫자 넘어 '국민 신뢰'를 짓다

      주택은 우리 민생과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 체력과 같다. 집값이 불안정하면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자산 시장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은 만만치 않다. 고금리 지속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어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중에 살 집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토교통부에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설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계획을 발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해 시장에 ‘예측 가능한 신뢰’를 주기 위한 목적이다.핵심은 ‘얼마나’가 아닌 ‘어디에’ 짓느냐다. 주택 문제는 단순히 공급 물량이라는 숫자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요자가 살고 싶은 곳에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되고 있느냐는 점이다.그동안의 대규모 신도시 공급은 도시 외곽에서 많이 이뤄졌다. 이는 장시간 통근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와 교통 혼잡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낳았다. 특히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근접’은 이제 청년 세대의 취업과 결혼, 출산을 결정짓는 필수 기준이 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공급방안(1·29 공급 대책)의 핵심을 ‘도심 주택 공급’에 뒀다. 이미 인프라가 잘 갖춰진 역세권이나 교통 요지에 집을 짓는 것이 도시 외곽을 확장하는 것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을 통해 수도

    3. 3

      [한경에세이] 소득 기준에 가려진 청년의 삶

      ‘소득 요건 초과’청년을 위한 주거 지원이나 금융 상품을 신청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쳤을 탈락 사유다. 열심히 일해서 연봉을 조금 높였을 뿐인데 정부는 그 노력을 ‘지원 불필요’라는 판정으로 되돌려준다. 성실하게 일해 소득을 높인 청년은 그렇게 정책의 사각지대로 내몰린다.반대의 경우도 흔하다. 뚜렷한 직업은 없지만, 부모의 도움으로 번듯한 아파트에 살며 여유롭게 생활하는 친구는 ‘저소득층’으로 분류된다. 근로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각종 청년 수당과 지원금의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땀 흘려 일하는 청년은 배제되고, 일할 필요가 없는 청년이 혜택을 보는 이 기묘한 역설. 이것이 지금 우리 청년 정책의 현주소다.토마 피케티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를 앞지른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는 학술적 이론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다. 아무리 연봉을 높여도 치솟은 집값과 자산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책은 여전히 ‘전년도 소득’이라는 낡은 잣대만 들이댄다.행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실제 삶보다 계산하기 쉬운 숫자를 선호한다. 건강보험료 납부액과 세전 소득은 파악하기 쉽고 줄 세우기 편하다. 하지만 이 숫자는 청년의 진짜 주머니 사정을 말해주지 않는다. 고소득 무자산 청년에게 높은 연봉은 자산 증식의 종잣돈이 아니라,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와 학자금 대출을 메우기 위한 생존 비용에 불과하다. 행정기관의 잣대로 고소득자라는 꼬리표를 붙이지만, 현실은 남는 게 없는 ‘가난한 부자’인 셈이다.문제는 이런 기준이 청년에게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데 있다. 소득이 기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