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지오 아르마니는 1934년 이탈리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의과대학에 진학했지만 군에 갔다온 뒤 진로를 바꿔 백화점 디스플레이어를 거쳐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니노 세루티 남성복 디자이너로 기초를 닦은 뒤 75년 아르마니사를 설립하고 여성복에도 손을 댔다. 81년 서브 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를 런칭한 뒤 승승장구, 이탈리아 패션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패션의 시작은 아르마니로부터' '20년대엔 샤넬,30년대엔 디오르,80년대부턴 아르마니'등 무한에 가까운 찬사를 받는 아르마니의 디자인 철학은 옷이 아닌 사람을 돋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군더더기를 배제,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실루엣을 창출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아르마니는 먼저 남성복 재킷의 패드와 안감을 떼어내고 이를 여성재킷에도 적용하는 혁명을 일으켰다. 또 남녀 정장에 같은 소재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 20년동안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젠더 구분이 모호해지는 등 사회 환경이 변한 만큼 패션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그의 옷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얼핏 보면 디자인이 없는 듯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더없이 우아하고 몸 위에 자연스럽게 흐른다'는 평을 받는다. 사업가보다 예술가로 불리고 싶다는 말과 달리 아르마니는 경영에서도 수완을 발휘, 지난해 33개국 매장에서 1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홈인테리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런 아르마니가 한국 상륙 10주년을 기념해 국내 수입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함께 한국호랑이 살리기 후원금 1억원을 내놨다는 소식이다. 아르마니 옷은 서양인을 기준으로 디자인된 만큼 우리나라 사람이 입으려면 대부분 소매나 바지기장 등을 줄여야 하는데도 연간 5백억원어치나 판매된다고 한다. '패션제품은 가치를 파는 것'이라고 하거니와 '아르마니'라는 이름을 파는 것에 틀림없다. 한국호랑이 살리기에 동참하는 건 브랜드 홍보의 일환일 터이다. 최고란 세련된 솜씨와 책임감,고객에 대한 배려, 철저한 이미지 관리가 합쳐질 때 탄생됨을 보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