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2:40
수정2006.04.02 02:42
세계 증시가 하강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각국 중앙은행은 테러사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긴급 금리인하에 나섰다. 앞다툰 매도는 그러나 금리인하의 안전망을 뚫었다.
폭파테러가 낙관적인 전망을 날려버렸다. 미국내 안전에 대한 우려와 전쟁을 앞둔 불안감이 소비자와 투자자를 휘감았다. 미뤄졌던 실적부진과 감원 경고가 줄이었다. 애국심에의 호소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매물 봇물에 묻혔다.
뉴욕 증시는 지난 주 닷새 내리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1일 8,235.81로 거래를 마감, 이전 금요일 마감가보다 14.3% 폭락했다. 나스닥지수는 16.1% 낮은 1,423.1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지수의 주간 낙폭은 대공황기였던 1933년 7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뉴욕이 거래를 재개하기 전 이미 급강하한 뒤였기 때문이었다. 종합주가지수는 472.31을 기록, 주간으로 2.1%, 코스닥지수는 48.92로 2.6% 내렸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9,554.99로 4.5% 떨어졌다.
이번 주 세계 증시의 이목은 이른바 '무한 정의'가 언제 어떻게 실행에 옮겨지느냐에 모아질 전망이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라덴 인도를 거부하면서 미국의 보복공격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테러와의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에서만 국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인명피해를 줄여 종식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정황으로 파악컨대, 전화(戰火)가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워싱턴은 세계를 향해 '피아'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아프가니스탄도 "미국의 침공을 돕는 이슬람국가는 똑같은 적으로 간주, 지하드를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기지사용 등 협조를 요구해놓은 파키스탄에서도 이슬람 정서가 일렁이고 있다.
무한 정의 작전이 범위를 좁혀 개시된다면 증시의 충격은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안전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는 가운데 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걷히며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은 정부지출의 구성에 일부 변화를 주지만, 이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은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때에도 오름세는 약세장 속의 반등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단기에 그친다는 전제에 따르는 보수적인 투자가 바람직하다.
증시가 큰 폭 하락했지만, 그렇다고 하락의 고리를 끊어낼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테러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비틀대던 미국 경제의 하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경제주체의 전망이 일시에 비관으로 쏠리면서 그동안 경기를 지탱해온 소비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가계는 장기호황과 증시활황을 바탕으로 씀씀이를 크게 가져왔고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15년중 가장 높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전망이 어두워질 경우 지출을 과감히 줄이게 된다.
적정한 주가가 어느 수준이며 정점에서 어느 정도 떨어지면 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그러나 그동안 도외시됐던 주가수익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경기를 따라 더 내릴 여지는 충분하다. 다우존스지수 편입 종목의 주가수익비율은 최근 22 수준이다. 오일쇼크가 가해졌던 74년 말에는 6.2까지 떨어진 바 있다.
경제지표는 이번 주에도 뒷전에 놓이겠다. 다만 악화된 지표는 금리인하 가능성과 폭에 대한 전망과 반응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다음 달 2일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25일 화요일에는 컨퍼런스 보드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 금요일에는 미시간대학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된다. 경기선행지수와 기존주택매매, 내구재판매 등은 8월 지표인지라 관심을 끌기 어렵다. 이밖에 금요일에는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발표된다. 국내에서는 8월 산업활동동향이 금요일에 나온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