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가도 씻기지 않는 '전쟁의 상처' .. 황용엽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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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한 중진작가 황용엽(70)씨가 25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21회째 개인전을 갖는다.
한국 샤머니즘을 소재로 주변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은 30여점을 선보인다.
황 씨는 초지일관 '인간'에 대한 관심을 작품세계에 관철시켜온 작가다.
그의 '인간'시리즈는 실존적 한계상황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왔지만 시대에 따라 변신을 거듭했다.
60년대 짓눌린 듯한 신체와 얼굴을 한 인물들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해 70년대에는 많은 선들을 중첩시킨 화면과 복잡한 끈에 붙들려 겨우 서 있는 꼭두각시같은 나신(裸身)의 인간을 등장시켜 그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정착시켰다.
80년대 들어서는 고분벽화의 장식적인 당초문의 유려한 문양을 작품에 끌어들이는 한편 간결하면서 밝은 색채를 사용해 이전까지의 비극적인 화풍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작가가 경험한 전쟁에 대한 기억과 상처가 공통적으로 배어있다.
역삼각형 얼굴에 나무젓가락처럼 가냘픈 몸매,속박이나 한반도의 분단을 상징할 수도 있는 선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화면은 삶에서 느낀 인생사를 설화적인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그는 실향민 화가다.
평양 출신으로 6·25 동란 중 그림에 대한 열정만으로 혈혈단신 월남한 황 씨는 전쟁에 참가했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고 1년 6개월여만에 제대했다.
그는 "당시 1천여명의 전우 중 8백여명이 전장에서 숨졌다"며 "전쟁이라는 극한적 상황은 이후 내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회고한다.
10월 13일까지.
(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