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센터(WTC) 비행기테러 폭발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12일 아침. 미국 최고신문으로 평가받는 월스트리트저널의 1면 제목은 가로로 6단에 걸쳐 길게 이어졌다. 이 신문 1면은 6단 모두 각각의 제목을 다는 게 전통. 지난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기사도 1단 제목에 불과했다. 이런 '전통'이 무너진 것은 1889년 창간 이후 이날이 세번째. 이전에는 진주만공격과 걸프전때 뿐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행됐다는 그 자체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본사가 들어있는 세계금융센터(WFC) 건물은 테러로 완전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바로 길 건너편. 직선거리로 30m 정도에 불과하다. 이 신문의 본사 위치를 아는 사람은 대부분 신문이 며칠 쉬거나 기껏해야 한두페이지 정도만 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바로 옆에서 아수라장같은 '공포의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상적으로 신문을 제작한 것은 거의 '기적'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피터 칸 월스트리트저널 회장도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원칙중 하나인데 이를 지켰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이 정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만약'에 대비한 백업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뉴저지주의 뉴브른스위크에 있는 인쇄공장에 완벽한 백업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었던 것. 사태가 터지자 제작팀과 편집팀은 곧장 이곳으로 옮겼고 기자들은 집에서 e메일을 통해 기사를 송고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의 공도 컸다. 퇴근한 뒤에 사태를 접한 기자들이 기사들을 작성해 뉴욕으로 송고하는 등 지면 구성에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