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러證市' 바닥 어디인가 .. '지구촌 주가 날개잃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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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가 수직 하락하고 있다.
사상유례없는 테러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증시는 주간단위 하락률에서 대공황 이후 최대 폭락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아시아와 유럽 주요 증시도 3년전인 지난 98년 수준으로 뒷걸음치고 있다.
미국의 '무한정의'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으로 세계증시가 바닥에 엎드린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일본 등 아시아 증시에서 속속 손(자금)을 빼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기업의 실적악화 경고 등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어 앞으로의 주가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 68년만의 최대 하락 =미국증시는 지난 한주내내 맥을 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우울한 기록들이 쏟아졌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주일새 14.3% 떨어졌다.
이는 87년 10월 '블랙먼데이'가 끼여 있었던 주간의 하락률(13.2%)을 넘어서는 것으로 대공황 말기인 지난 33년 7월 넷째주(주간하락률 기록 15.5%)이후 68년만에 최대 주가하락폭이다.
나스닥지수는 16.1% 폭락했다.
미국기업들의 평균 주가추이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S&P500도 11.6% 떨어지면서 98년 8월수준으로 돌아갔다.
S&P500의 하락폭은 지난 5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주간 기준으로는 최대 낙폭이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는 작년 1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11,722)보다 30%, S&P500은 작년 3월 최고치(1,527)보다 37% 떨어졌다.
나스닥은 작년 3월 최고치(5,048)에 비해 무려 72% 주저앉았다.
◇ 미국증시의 비관적 분위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애널리스트중 한 명인 애비 코헨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지난주 "11일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가 겨냥한 주된 목표중 하나는 증권산업이었고 실제 증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헨은 "그래서인지 일반인보다 증권관계자들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에 조만간 미국의 보복공격이 시작될 것이란 정세불안 요인과 잇따른 미국 주요 기업들의 감원 발표 및 수익악화 경고까지 겹쳤다.
이는 곧바로 주가움직임에 반영됐다.
사자주문은 일부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만 나올뿐 월가의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은 대거 팔자에 가담하고 있다.
◇ 세계증시의 동반폭락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줄초상을 맞고 있다.
유럽 증시는 한주간 하락폭이 7% 안팎이나 됐다.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DAX 지수는 1주일 동안 7.99% 떨어졌다.
런던 시장의 FTSE100 지수와 파리 시장의 CAC40 지수도 각각 6.77%와 6.56% 하락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마찬가지다.
일본 도쿄 시장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한주간 4.53% 빠졌으며 홍콩 항셍 지수와 대만 가권 지수도 각각 7.47%와 4.84% 내렸다.
싱가포르 ST 지수는 11.36% 급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2.07% 떨어진 한국 종합주가지수(KOSPI)는 오히려 선방한 모습이다.
미국투자가들이 빠져 나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국의 테러참사 이후 약 3천억엔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증시를 빠져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한주동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됐다.
◇ 어두운 주가전망 =문제는 앞으로의 주가전망이다.
월가에는 어두운 전망이 많은 편이다.
테러공격 이전부터 위축되던 경기가 '쇠퇴기'로 들어갈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기업이익이 급락하고 있고 대량실업으로 소비자신뢰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게 이같은 논리의 배경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3.4분기 예상실적발표(24일)와 9월 소비자신뢰지수 발표(25일)도 긍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미국에서 대표적 내수주의 하나인 월트디즈니의 주가가 하락할 정도로 소비심리위축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세계증시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수급락으로 '바닥권 진입'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월가에서 3백억달러를 운용하는 커먼펀드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스트라우스는 "지금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부지출증가와 금리인하의 효과로 인해 나타나는 좋은 뉴스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걸프전이 일어나기전 5개월간 주가 하락률은 15%나 됐다"는 토비아스 레브코비치 살로만스미스바니 전략가는 "이제 매도는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바닥론을 펴고 있다.
도쿄=양승득.뉴욕=육동인 특파원.최명수 기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