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 상무의 증언을 자세히 다룬 데는 '원죄' 많은 대우 사람에게도 말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18일 대우패망비사 연재를 시작하면서 특별취재팀이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대우쪽 인사들의 무거운 침묵이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김우중 회장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김 회장은 해외에 머물고 있고 장병주 (주)대우 사장 등 주역들 대부분은 구속된 상태여서 사건의 핵심을 파헤치는데 한계가 있었다. 정부의 대우 해법에 대한 공과는 나중에 논하더라도 대우처리 과정의 복잡성을 파악하기 위해선 대우쪽 사람들 증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당시 상황을 균형있게 묘사할 수 있다. 어차피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김 상무는 회계사들의 양심선언 내용을 다룬 대우패망비사 19회(9월 20일자)를 읽고 곧바로 본사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와 인터뷰를 자청했다. 당일(20일) 오전 10시에 취재팀은 김우일 상무를 서울 프레스센터 지하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날 김 상무는 대우 분식과정과 정치인 및 관료들의 도덕 불감증을 고발하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비교적 솔직하게 당시 상황을 증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날인 21일 오후 3시 취재팀은 같은 장소에서 김 상무를 다시 만났다. 김 상무는 분식회계뿐만 아니라 비자금 조성 위장계열사 자산매각 과정 등을 설명했다. 김 상무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예외없이 비보도(오프)를 전제로 달았다. 놀랄 만한 얘기들도 있었지만 취재팀은 김 상무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상무는 지난 76년 대우에 입사, 26년 동안 김우중 회장을 모셔 왔다. 대우 성장과정에서 숱한 기업인수 작업에도 관여했다. 90년대 들어선 계열사에 대한 경영관리 업무를 주로 맡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잦은 직언으로 대우가 패망하기 직전 회장으로부터 버림을 받다시피했다. 그는 그러나 대우와 김 회장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한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기업구조조정회사를 설립한 후 해외에서 펀드를 조성해 대우 계열사 일부를 다시 인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6년 동안 대우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내용을 다룬 책도 낼 작정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