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패망 '秘史'] (20) '분식 또 분식 (上)' .. 전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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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풍경은 대우그룹 내부의 허둥대던 모습 한 장면이다.
30조원의 분식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다급한 최후의 나날들이 지나갔다.
모두가 당황해 하고 놀라워 했던 숫자가 튀어나온 다음이었다.
그는 이 믿기지 않는 숫자를 들고 정치인과 당국자를 찾아다녔다.
보기에 따라 자해전략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양심이 발동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두가 숫자를 덮기에 바빴다.
30조원이 주는 중압감이기도 했겠지만 도무지 해법이 없다는 생각이 모두를 지배했다.
오늘은 허둥지둥 뛰어다녔던 한 퇴직임원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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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격 인터뷰 - 김우일 ]
-어떻게 분식내용을 알았나.
또 분식 규모는 얼마였나.
"대우 계열사들의 분식내용을 전반적으로 알고있는 것은 내가 계열사 관리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 왔기 때문이다.
지난 88년만 해도 그룹 전체로 3조원가량의 분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99년 초 98년 결산자료를 훑어보니 30조원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분식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출 및 재고자산회전율을 맞춰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1천억원을 수출했다고 기재돼 있으면 이는 가짜다.
-김우중 회장도 알았을 것 아닌가.
"분식회계는 계열사 사장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그룹 감사 과정에서 발견한 분식 내용을 정리해 회장에게 보고했으니 회장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분식규모가 급격히 불어났고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회장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분식 사실을 왜 당국에 알리려고 했나.
"98년 6,7월께부터 대우는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었다.
자금쪽에서 비상이 걸렸다.
자금담당 임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돈을 끌어모았다.
무슨 방법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회장은 물론 계열사 사장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던 민주당 실세 K의원을 만났다.
98년 11월쯤으로 기억한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단 둘이 조찬을 하며 분식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 때는 97년 결산자료였으며 분식 규모는 대략 25조원 가량이었을 것이다.
K의원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를 공개하면 뒷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 전체에 큰 혼란이 온다며 그냥 덮어버렸다"
-대충 말로 설명했나 아니면 증빙 서류까지 보여줬나.
"물론 요약된 결산 자료를 펴보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야 믿지 않겠는가"
-또 누구와 접촉했나.
"해를 넘겨 99년 3,4월께 금융감독원의 K국장, N실장을 만났다.
당시는 대우의 자금악화설이 확산되면서 금융권에서 경쟁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때다.
대우가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래서 금융당국 사람들에게 98년 대우 계열사의 결산내용을 요약한 자료를 보여주면서 분식 규모를 일일이 설명했다.
누구를 해코지 하기 위한게 아니었다.
대우도 살리고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들도 K의원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회복세를 타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설명도 했다"
-분식이 공개된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대우 재정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부와 채권단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봤다.
개인적으로는 법정관리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겼다.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위탁 경영을 하면 명맥은 이어갈 수 있지 않은가.
김&장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과 계약을 맺고 해결책을 협의했을 때도 방법은 법정관리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대우가 법정관리를 준비한다고 하자 청와대 금감원 사람들이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정부쪽 반응은.
"나중에 당국으로부터 얼마를 지원하면 살 수 있느냐는 구체적인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어떻게든 법정관리 신청을 막으려는 취지였을 뿐 대우를 살리자는 것은 아니었다.
이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대우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우의 미끼를 문 것이란 해석도 그래서 나왔다"
-금융당국과 대우 유동성 지원규모를 협의할 때 기초 자료는 무엇이었나.
"분식된 결산 자료였다.
금융당국은 분식 여부를 체크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10조원이면 대우가 회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수십조원의 분식을 했으니 살아날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김 상무의 말대로 대우는 10조원이 지원된 후 한 달여밖에 버티지 못했다).
어떻든 99년 7월 19일 나온 '유동성개선 지원안'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분식 내용이 공개됐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유동성 지원 같은 해법으로는 안된다는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법정관리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삼성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이 깨진 것도 분식과 관계가 있는가.
"단연코 그렇다고 본다.
삼성은 안복현 사장(당시 삼성전자 부사장)을 팀장으로 실사단을 파견하기 전부터 대우전자의 부실 내용을 손바닥처럼 잘 꿰고 있었다.
대우전자에서 경리를 담당했던 김모 이사가 삼성 이건희 회장쪽에 분식 내용을 담은 서류를 보따리째로 전했다.
분식 규모가 4조원 이상 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대우 그룹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2조원을 지원하라는 정부 중재안을 따랐을리 없다.
분식서류를 전달한 김 이사는 사실 대우전자에서 억울하게 쫓겨났다.
김 이사가 미국 보스턴대에서 30명의 대우 계열사 임원과 함께 석달과정 연수를 받고 귀국할 때 문제가 생겼다.
대부분 임원들은 골프클럽을 들고 귀국했다.
이들 일행은 공항에서 우연히 김 회장의 부인 정희자 회장과 부딪쳤다.
한 임원이 정 회장을 잽싸게 찾아가 인사를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정 회장은 김 회장에게 경제가 어려울 때 임원들이 해외로 골프여행이나 하고 다니니 회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관련 임원 대부분이 그 때 회사에서 쫓겨났다"
-정확한 분식 내용은 언제 밝혀졌나.
"대우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과정에서 분식 내용이 드러났다.
그때도 계열사들의 존속가치를 높게 평가해줄 수 있는 회계법인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결국 1백억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삼일회계법인과는 실사 계약을 못했다.
그 후 삼일이 실사를 맡게 된 것은 금감원이 선택한 것이다"
[ 특별취재팀 =정규재 경제부장(팀장) 오형규 이익원 최명수 조일훈 김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