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뭐했나 .. 이용호씨 株價조작...CB편법거래...불법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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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 부당 대출, 회사 돈 횡령, 상장기업 공시 위반, 해외 전환사채(CB) 편법 거래, 힘있는 기관을 상대로 한 입체적인 로비전….
'이용호 게이트'는 온갖 불법·편법이 다 동원됐던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씨와 주변 인물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기도 했지만 감독당국 역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제도와 관행'을 전면에 내세우며 해명에 급급하고 있다.
◇ 주가조작 대응조사 미비 =금감원은 삼애인더스, KEP, 조비 등 이용호씨 관련 3개사의 주가조작 혐의점을 증권거래소로부터 넘겨받았으나 이씨외에 여운환씨 등 관련자에 대해서는 '참고인 서면조사'만 실시했다.
그나마도 여씨 측근을 상대로 다분히 형식적인 조사에 그쳤다.
결국 여씨의 주가조작 문제는 검찰에 통보되지도 않았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참고인 조사는 통상 서면이나 전화조사를 하는 것이 관행이고 설사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며 "영문도 모른 채 조사대상자가 된 경우도 많아 이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어쩔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호씨가 금감원의 요주의 관찰대상이었기 때문에 주가조작 조사때 좀더 치밀하고 신중하게 대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 경징계로 그치는 공시의무 위반 =산업은행이 껍데기만 화려한 삼애인더스의 해외전환사채(CB) 발행.유통에 직접 개입한 과정과 이씨 측근들이 이 CB를 매매한 과정은 모두 공시의무위반에 해당한다.
'지분 5%이상 취득시 5일내 보고'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것.
그러나 이 CB를 각각 2백만달러, 1백만달러어치를 가졌던 성모, 박모씨로부터 CB를 사고 팔았던 유모씨에 대한 금감원 조치는 '경고'에 그쳤고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그나마의 경고조치 조차 1년이 넘도록 내려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은이 CB를 인수했다가 바로 되팔았기 때문에 조치할 방법이 없다"며 뒤늦게 공시위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공시위반은 내용에 따라 수사기관에 통보될 수도 있지만 대개 주의.경고로 끝난다.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강경조치는 사후적 해법일뿐 예방책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기업 공시에 대한 감독당국의 정밀한 검증 체제 확보가 시급하다.
산은이 CB 발행과 유통에 개입하게 된 배경은 앞으로 검찰수사에서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도 자산운용에 대한 상시 검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금고인수 자금 정밀검증 필요 =지난해 정현준·진승현 사건에 이어진 이용호 게이트가 가능했던 데는 금고자금의 사금융화가 한몫했다.
이씨와 관련있는 D금고 인수때 대주주인 Y씨가 동원한 자금은 46억원.
소규모 자본으로 금고를 장악, 규정에 벗어나는 대출금을 쥔뒤 불법거래의 종잣돈으로 활용했다.
최근 대주주가 바뀌었거나 앞으로 대주주가 변한 금고 등 소형 금융회사와 해당 대주주를 밀착감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주가조작이나 회사자금 횡령범의 수법은 날아가고 감독당국의 감시와 규제는 기어가는 형국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