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재래시장과 관광업계 등이 울상을 짓고 있다. 보기 드물게 찾아온 5일간의 황금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테러사태와 경기불안 등의 여파로 추석 특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추석이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래시장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한산하기 그지없다.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대박의 신화'를 일궈냈던 동대문 상인들조차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해외여행에 나서는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었음은 물론 호텔 콘도 등의 예약률도 뚝 떨어지고 있다. ◇ 재래시장 =지난 23일 밤 11시 지하철 2호선 동대문운동장 역에서 패션타운으로 이어지는 5백m 길목. 동대문 '서편제(두타 밀리오레 등이 모여 있는 소매상권)'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귀를 찢는 음악에 하나 둘 발을 맞추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시장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분위기가 확 바뀐다. 들떠 있는 바깥과는 달리 썰렁하기 그지없다. 두타 지하 1층에서 캐주얼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C 사장(32). "돌아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어요. 올해 경기는 장사를 시작한 후 최악"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장사 경력 4년차라는 그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20% 이상은 감소했다"며 울상이다. 동대문 '동편제(동대문운동장 인근 도매상권)'에 위치한 남성복 전문상가인 4C4M에서 만난 J 사장(40)은 '동대문 물을 먹은 지' 10년이 넘은 베테랑. 그는 "이제 더 이상 동대문에서 명절 대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목 경기가 사라진지 3년 이상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돼도 안된다며 죽는 소리 하는게 상인들의 특성이지만 올해는 정말 불황"이란다. "지난해 이맘 때는 주력 상품인 니트류를 밤새 1천장 정도 팔았는데 올해는 판매량이 3백장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동대문은 괜찮은 편. 남대문 상권은 '공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삼익패션타운의 S 사장(30.여)은 "요즘이 정말 명절 대목 맞나요?"라고 되묻는다. 그는 "요즘 매출은 평상시와 별로 다를게 없다"며 "주변 상인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주)남대문시장 관계자도 "의류 잡화류만 장사가 좀 될 뿐 주력품목인 액세서리와 아동복은 거래가 한산하다"고 말했다. ◇ 관광업계 =롯데관광의 김효중 이사는 "미국 테러사태 이후 해외여행 예약률이 30∼40% 정도 떨어졌다"며 "추석연휴 기간은 물론 그 이후 출발 예정인 상품의 예약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의 조계석 부장은 "여행업계 전반적으로 20% 이상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추석연휴 기간 아시아나의 예약률은 68%로 지난해보다 12%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특히 미주노선 예약률은 56%로 작년보다 27%포인트 정도 줄어들었다. 대한항공의 예약률은 96%로 작년과 같았지만 미주노선은 작년 96%에서 올해 82%로 14%포인트, 일본 노선도 96%에서 91%로 5%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 호텔.콘도 =호텔들도 추석연휴기간 예약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경우 24일 현재 추석연휴 객실예약률이 소공동은 34%,잠실은 36%선으로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에 비해 각각 20%와 10%포인트 떨어졌다. 콘도 객실 판매율도 저조한 상태다. 인터넷 숙박전문 예약업체인 호도투어의 전춘섭 대표는 "지난해 추석연휴 때는 전국의 콘도객실 1천여개를 확보, 콘도 비회원들에게 모두 판매했는데 올해는 판매할 객실을 5백여개로 줄여잡았는데도 아직 남아 돌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재일.김후진.송종현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