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서방 취재기자들을 모두 출국시킨 가운데 영국 BBC방송의 존 심슨 국제부장이 최근 여장(女裝)을 하고 탈레반 장악 지역에 잠입했다. BBC는 심슨과 카메라 기자가 아프간 북동부 난가하르에 잠입해 전운이 감돌고 있는 현지의 모습을 생생히 보도한 르포를 23일 방영했다. 난가하르는 오사마 빈 라덴이 수개의 테러리스트 훈련캠프를 만들어 활동해 온 잘랄라바드가 있는 주(州)로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심슨은 이 곳 주민들이 대부분 마을을 떠났거나 밖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보여 유령이라도 나타날 것 같다고 보도했다. 반면 탈레반은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파키스탄과의 국경선에 병력을 속속 투입하고 있었다고 심슨은 전했다. 심슨은 이 보도에서 "아프간 국경을 넘을 때 도움을 준 밀수업자들의 요구로 아프간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부르카"를 입고 여자로 변장했다"고 털어놓았다. 탈레반 장악지역에서는 여성들이 눈만 내놓고 몸과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카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심슨이 탄 차가 국경검문소를 통과할 때 경비병들이 여자들을 무시한 덕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심슨은 전했다. 심슨은 1991년 걸프전 때 식수와 전기공급이 끊긴 이라크를,1999년 나토군의 코소보 공습 때는 유고의 베오그라드에 남아 보도를 계속한 이름난 종군기자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