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2:47
수정2006.04.02 02:48
품격도 있고 재미도 있는 대하.역사소설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우선 "평설 열국지"(유재주 지음,전13권,김영사)를 권하고 싶다.
소설가 유재주(45)씨가 한글세대를 위해 해설을 재미있게 곁들여 쓴 작품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흥미진진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이 시기는 난세중의 난세,문화적 백화제방의 시기,황금의 시대로 불린다.
사상적으로도 인본주의 정신문화가 활짝 꽃핀 때였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삼국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문학적 가치가 담겨 있다.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다양한 인물군상,기묘한 책략과 난세에 대응하는 생존전략,거대한 스케일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21세기 지도자들에게 리더십의 원형을 제공하고 기업과 직장인에게는 성공의 해법을 제시해 준다.
고건 서울시장은 국무총리 시절 퇴임하는 모든 각료들에게 "열국지"를 선물해 화제를 모았다.
솔출판사에서 나온 "동주 열국지"(풍몽룡 지음,김구용 옮김,전12권)도 있다.
중국 작가 이월하의 역사소설 "옹정황제"(출판시대,전9권)는 난세의 천하경영 비법을 알려준다.
장쩌민과 리펑 주룽지 등 중국 지도자들의 필독서로 "훔쳐서라도 읽어라"는 유행어를 낳은 시리즈.
청나라 옹정제는 조선의 태종 이방원처럼 피비린내를 풍기며 등극했다.
중국판 "용의 눈물" 주인공격인 그는 13년간 냉혈왕으로 불릴만큼 강력한 정치를 펼쳤으며 하루 4시간 잠자는 것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정무에 매달렸다.
마흔다섯에야 황제가 된 그는 궁중정치의 음모와 갈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등극하자마자 사정없이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과거제가 붕당의 요인이 된다며 직접 사람을 골라 썼다.
오늘날의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갖춰야 할 경영의 지혜도 발견할 수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