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테러전쟁의 세가지 변수..전성철 <세종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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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테러 대참사의 경제적 파장은 얼마나 될까?
그것은 미국이 벌이는 이번 응징 전쟁의 시간적 지역적,그리고 심리적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시간적 변수'라 함은 작전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역적 변수'라 함은 작전지역이 아프가니스탄에 국한될 것인가,아니면 다른 중동국가,예를 들어 이라크 같은 나라도 포함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심리적 변수'라 함은 이 두가지가 갖는 심리적 효과를 이른다.
먼저 시간적 변수를 보자.
현재의 여러 가지 징후로 볼 때 이번 작전이 속전속결로,즉 며칠 또는 몇주 내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의 게릴라식 전쟁에 있어 '백전노장'인 아프가니스탄이 성전을 선언한 이상,이 전쟁은 적어도 1년,길게는 몇년이 가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그것이 세계 경제에 꼭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구의 어느 변두리 나라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세계 경제는 잘 굴러 간 예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월남에서 근 10년 동안 미국이 전쟁을 벌였지만,그 대부분의 기간 미국과 세계경제는 끄떡없이 잘 굴러갔었다.
사실 이번 전쟁의 더 큰 변수는 지역적 변수다.
만약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에서만 벌어진다면 그것은 커다란 경제적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는 55개 아랍국가들 중에서도 겨우 3개국으로부터만 승인을 받은 문자 그대로 아랍의 '변두리'국가일 뿐이다.
마치 미국이 월남전을 수행할 때처럼,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은 전쟁대로,세계경제는 세계경제대로 상당 부분 굴러 갈 것이다.
문제는 미국정부 당국자가 이번 테러 사건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후세인의 테러 개입이 사실이고,미국정부가 키신저의 용어를 빌리자면 '테러 시스템'을 격멸하기 위해 이라크 혹은 다른 중동국가들을 동시에 친다면 얘기는 매우 달라진다.
미국은 두개의 전선을 갖게 될 것이고 그것은 사실상 아랍의 상당부분을 상대로 한 전쟁이 된다.
또 미국에 공습 통로를 제공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간의 전쟁 발발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전쟁은 장기전을 띠게 되면서 상황은 매우 복잡해질 것이다.
이렇게 복잡해진 상황은 엄청난 심리적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심리적 효과에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그것이 이슬람 민족,즉 다른 중동 국가에 미치는 심리적 파장이다.
전쟁이 복잡해지고 장기화되면서 12억의 아랍인들이 이 전쟁을 보는 눈도 많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후세인을 포함한 전쟁의 당사자들은 이것을 '이슬람 대 미국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선전할 것이며 어떤 돌발 사태(예:무고한 시민의 대량 살상)가 나오는 경우,아랍인들의 심리가 '팔이 안으로 굽는'식으로 변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것이 '미국 대 아랍의 전쟁'으로 발전되는 것이며,그 와중에서 석유가 무기가 되는 상황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어렵게 하는 것은,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결코 질 수가 없고 또 져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월남에 개입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월남에서 철수할 때는 미국의 '위신'만 포기하면 됐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려면 미국의 '혼'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것이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장기화될 다국간 전쟁의 또 하나의 심리적 효과는 소비 및 투자 등에 미치는 파장이다.
사태가 복잡해지고 미래가 불확실하면 소비자와 기업은 무엇보다 먼저 그들의 지갑을 닫을 것이다.
그것은 오직 소비에만 의지해서 지탱하고 있는 미국 경제와 유럽 등 일부 다른 나라,예를 들어 한국 대만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그동안 우려해 오던 '세계적인 불황'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응징 전쟁'의 최우선 과제를 테러국과 다른 아랍국과를 차별화하고 구별하는데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은 자신을 위해,또 세계를 위해 엄청난 도박을 하는 것이다.
전성철 < 세종대 부총장 scjunn@sejo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