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매수 심리가 진정되며 환율이 약보합권 흐름을 보였다. 밤새 뉴욕 증시가 재개장이후 엿새만에 반등에 이르고 최근 원화가 동행하던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띠었다. 또 환율 안정에 대한 의지가 담긴 정부 관계자의 발언도 달러 매수세를 잦아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뉴욕 증시의 반등이 상황의 반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닌데다 달러매수(롱) 마인드는 유효한 상태라 상황 판단이 쉽지 않다. 개장초 외에는 시장변동성이 현격히 둔한 상태로 접어들었고 '아직 지켜볼 여지가 많다'는 인식이 강해 오후에도 1,305∼1,306원 근방에서의 공방전 속에 네고물량이 추가적으로 공급되면 1,303원까지 내려설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30원 내린 1,305.9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0.80원 높은 1,308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1,308.50원까지 오른 뒤 차익실현 매물의 공급으로 이내 전날 마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방향을 돌렸다. 역외선물환(NDF) 환율이 2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소폭 오름세를 타 1,310/1,312원에 마감된 것은 개장가에 반영됐다.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환율은 정부 당국자의 구두 개입이 가세하자 9시 54분경 1,304.70원까지 저점을 낮춘 뒤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대체로 1,305원선에 둥지를 틀고 엉거주춤한 상태를 유지했다. 아래쪽으로 1,305원을 뚫을만한 물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달러매수 강도가 약해진 탓에 반등시도 역시 막히는 장세였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다른 아시아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는데 반해 원화는 오늘 조금 강세를 띠고 있어 엇갈린 행보를 계속 잇고 있다"며 "당국에서 개장초 바람을 잡아놓았으나 실질적으로 물량을 통한 개입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점 매수심리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후에는 1,303∼1,307원 범위내에서 변동성이 축소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국제정세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빨리 해제돼야 긴장이 풀리면서 정상적으로 시장이 작동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오후부터 네고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1,303원까지는 내려갈 만한 여지가 있다"며 "어제부터 국책은행에서 계속 팔자로 나오고 있어 당국의 의지가 1,310원을 막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이날 외환시장내 불안심리가 확산을 경계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연말까지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은 30억달러 가량 공급될 전망"이라며 "역외시장동향은 특이사항 없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출규모도 과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달러매수 심리를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 시장관계자는 "오늘 어차피 달러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고점 매도를 저울질하고 있는 시점에 굳이 당국에서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며 "큰 폭의 하락을 이끌만한 매도세가 수반되지 않고 있어 타이밍의 적절성 여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개입이 시장의 불신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서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의 '엔 매도' 개입에 힘입어 117.54엔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탔으나 이날 도쿄장에서 소폭 반락하고 있다. 낮 12시 현재 달러/엔은 117.33엔을 가리키고 있지만 달러/엔의 영향력은 서울장에서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개장초 달러 매도쪽에 일시적으로 붙었던 역외세력은 이내 달러 매수쪽에 조금 기울어 있으나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강한 강도의 매매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업체들은 기준율보다 낮은 환율 수준으로 네고물량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으며 급한 결제수요는 이미 당겨쓴 탓에 달러 수요 역시 많지 않다. 수급은 팽팽하게 상충되고 있는 상황. 이레만에 주식순매수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같은 시각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51억원, 32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중이다. 최근의 순매도행진에 외국인 자금이탈 가능성을 우려하던 시장 심리는 조금 안정된 기색을 띠고 있다. 그러나 뉴욕 증시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초반의 오름세를 잃어버린 국내 증시가 약보합권으로 편입된 점이 여전히 불안감을 띠고 있는 점이 환율 하락의 흐름을 막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