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5% 내외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짜여졌지만 정부측 관계자도 이를 장담할 수 없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미국의 테러 참사와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이에 따른 국내외 경기둔화가 소비.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실제로는 경제성장률 3∼4% 수준도 유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지배적이다. 재정경제부는 비공식적으로 2∼3%선을 예상하는 정도다. 만일 성장률이 2∼3%에 그친다면 내년 예산은 기초부터 무너지게 된다. 세수는 줄고 경기 부양을 위한 지출은 더욱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 뻔하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4%와 3∼4%로 올해와 비슷하게 잡았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올해보다 2백원이나 오른 1천3백원으로 전망해 예산을 짰다. 올해초 미국 경제의 연착륙과 유럽 시장의 성장세 지속 등을 기대하던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전망치를 내놓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예측 가능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올 하반기 경기둔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내년도 경상수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법인세 등 세입(세수)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3천억원 줄어든 2조1천억원의 국채만 발행할 계획이라지만 이 목표가 지켜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