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댐 성묘船 '운천호' 유구형 선장 ] "해마다 추석이면 벌초와 성묘를 해야 하는 수몰 이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1985년 충북 충주댐 완공 후에도 고향에 계속 남아 성묘객들의 발이 돼온 운천호 유구형 선장(55·충북 충주시 살미면 문화리). 그는 지난 94년 충북도의 지원으로 사단법인 충주호 숭조회 소속 성묘객 수송선인 운천호가 취항하면서 선장을 맡은 이래 8년째 한식이나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려는 실향민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실향민인 유 선장이 지난 8년간 실어나른 성묘객은 어림잡아 3만여명에 이른다. 그는 묘소를 돌보는 후손이 없어 수풀만 무성하게 자라는 충주호변 20여기의 무연고 분묘도 매년 말끔히 손질하고 있다. 장마철에 수위가 높아져 묘가 패면서 흘러 떠내려오는 유골을 수습,봉안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충주호 부유 쓰레기 수거나 봄철 성묘객을 대상으로 한 산불 예방홍보 방송,호수 주변 낚시꾼 안내,어선 등 선박의 수질오염 행위감시도 한다. 유 선장은 짬이 나는 대로 마을 경로당을 찾아 음료수를 전달하고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 주며 청소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힘 닿는데까지 실향민들과 애환을 함께 할 생각입니다" 그는 충주호 주변에 2천여기의 분묘가 있으나 해가 갈수록 무연고 분묘가 늘어나는 게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네살때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여읜 뒤 어렵게 국립 원호원농고를 졸업한후 해군으로 복무,배와 첫 인연을 맺었다. 충주=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