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참사에 대한 거금의 테러 공격 자금 지원설 의혹이 증폭되며 테러조직 자금원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재경부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효과적인 불법 국제 자금망 추적안을 요청했다. 지난 주말 벨기에서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테러조직 자금원 봉쇄 방안이 논의됐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칼 레빈 의원은 얼마전 "테러와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은행과 국제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24일 미국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과 관련된 단체들의 미국내 자산 동결을 지시하며 "이번 조치는 테러리스트들의 재정적 토대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을 비롯한 유럽 금융감독 기관들은 테러 세력의 국제금융시장 불법 거래 의혹에 따라 일제히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독일 금융시장감독위는 미국 테러 직전 증시 거래 조사 대상을 비상장 기업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바로 국제 자금의 불투명성과 조세 천국 때문이다. 지난 11일 순식간에 수 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공격을 목격한 국제 사회는 국제 금융시스템 투명성 강화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그전에 이 같은 국제적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OECD 산하 자금세탁 방지 금융위원회(FATF)는 수 차례에 걸쳐 검은 돈 세탁 방지를 위한 조세 천국 감시와 통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도한 세금을 피해 조세천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모두 검은 돈으로 볼 수 없다는 미국의 소극적 자세로 OECD의 제안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이 사상 유례없는 대참사의 피해자가 되면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OECD가 발표한 조세천국 명단에는 평소 이슬람 과격파 테러의 희생자인 이스라엘과 필리핀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피해 당사자가 공격 자금을 지원해 준 셈이니 보통 아이러니가 아니다. 이번 미국 테러 참사를 계기로 OECD의 자금세탁 방지 금융위원회(FATF)가 드디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파리=강혜구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