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금감원은 해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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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금융감독원 공보실은 무척이나 바빴다.
몇 시간 사이에 5건의 "보도 해명자료"를 각 언론사로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보도 해명자료 배포는 25일에도 이어졌다.
특히 25일자로 나간 어떤 기사에 대해서는 두 차례나 내용을 수정해가면서 해명했다.
보도 해명자료는 통상 기사의 내용이 잘못됐을 때 해당 기관이 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사 내용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기관의 입장이 난처하거나,해당 부서나 담당자가 오해를 살 때 내는 경우도 있다.
전자가 정확한 내용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변명일 때가 많다.
간혹 "골치 아프니 일단 부인해놓고 보자"는 임기응변식 해명자료도 나온다.
사실상 맞는 내용이지만 다른 신문이나 방송이 특정 기사를 뒤따라 보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해명자료도 있다.
어떻든 한 기관에서 하룻만에 5건씩이나 해명자료를 낸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었다.
금감원은 왜 이처럼 많은 해명자료를 내고 있는가.
먼저 해명 내용부터 살펴보자.이틀간 8건중 5건이 구속된 이용호씨 관련 기사에 대한 해명이다.
금감원 해명대로라면 이용호씨 사건에서 적어도 금감원 관련 업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금감원의 해명에 타당성이 있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5%이상의 지분을 획득하고도 제때 공시를 해오지 않았을 때 무슨 수로 조치하며,상장.등록기업의 수많은 공시내용도 어떻게 즉각 진위를 검토할 수 있느냐"는 항변은 현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토로한 것이다.
"주가조작 문제도 이용호 게이트가 불거진 뒤 관계자 면면이 드러난 것이지,당시에는 연결고리를 잘 몰랐다"는 하소연도 조사인력 부족 때문이라면 더 탓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일부 기사는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담당자들의 좀더 치밀하고 체계적인 업무대응 필요성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그런 내용까지도 "무조건 틀렸다"며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편법과 탈법의 백화점같은 이용호 게이트가 왜 가능했는지 금감원도 감독법규와 업무관행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다.
허원순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