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나흘째 상승, "역외 매수 1,310원 시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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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장중 혼조세를 보인 끝에 나흘째 상승세를 이었다.
뉴욕 증시의 반등에 따른 국내 주가 상승세, 외국인 순매수 전환 등 시장 주변여건의 호전을 흡수했던 개장초의 여건은 오래 가지 못했다. 또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이 누그러뜨린 달러 매수심리는 다소 누그러진듯 했으나 견고함은 여전히 입증됐다.
월말과 추석이라는 일년중 가장 큰 장세를 앞두고 네고물량 공급도 전날과 달리 원활치 않았다. 기준율 책정에 따라 업체의 물량 공급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역외세력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어 밤새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매수세를 잇는다면 26일 환율은 1,310원 이상을 시도할 전망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50원 오른 1,308.7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7월 25일 1,308.80원에 마감된 이후 두달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
◆ 1,310원 시도할 듯 = 환율이 조정받을 만한 시점이 됐음에도 의외로 상승 분위기를 잇고 있다. NDF시장에서의 역외세력의 매수세 지속여부가 중요한 포인트로 간주되고 있으며 추가로 상승한다면 네고물량 출회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의 개입에 기대서 거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보여줬다"며 "시장 분위기가 상승쪽으로 기울어 있어 밤새 역외에서 추가적으로 매수세를 보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외에서 현재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당국에서 어떻게 나올지를 잘 봐야 한다"며 "오늘 당국의 개입은 경기부양 등에 초점을 맞추고 일단은 '시장에 맡긴다'는 판단이 전제된 소극적 대응이었던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어제는 물량 공급이 꽤 많았고 오늘과 같은 분위기라면 물량이 나와줘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며 "일부 은행권에서도 보유물량을 터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받기 위해 레벨단가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포지션이 엇갈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되면 추석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정해진 레벨에 갇힐 가능성이 커졌다"며 "내일은 1,310원에 대한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거래는 1,305∼1,312원 범위"라고 내다봤다.
◆ 기선 제압, 그 이후 = 개장초부터 정부는 최근 확산된 달러매수 심리를 진압하기 위해 구두개입에 나섰다. 환율 안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함과 동시에 1,280∼1,310원 박스권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이날 외환시장내 불안심리가 확산을 경계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연말까지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은 30억달러 가량 공급될 전망"이라며 "역외시장동향은 특이사항 없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출규모도 과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은 오후장 후반 들어 탈레반과 반군의 교전소식 등으로 당국의 구두개입에 기대 달러매도초과(숏) 상태를 유지하던 일부 은행권에서 환율 레벨이 높아지자 달러되사기(숏커버)에 나선 것이 환율을 올렸다. 당국의 개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만 적정 레인지를 제시하는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평가된다.
역외세력은 대체로 '달러사자'쪽에 기울었으나 강한 강도의 매매동향은 보이지 않았다.
업체들은 기준율보다 낮았던 환율 수준이 대체로 유지된 탓에 네고물량 출회에 소극적이었으며 장중 1,305원을 뚫고 내려서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결제수요는 최근에 비해 강도는 약해졌지만 꾸준히 유입돼 환율 하락을 저지했다.
달러/엔 환율은 달러/원의 주변 변수로서 전락했다. 전날 뉴욕장에서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의 '엔 매도' 개입과 뉴욕 증시의 엿새만의 반등에 힘입어 오름세를 타 117.54엔을 기록했던 달러/엔은 이날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오후 4시 58분 현재 달러/엔은 117.14엔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서울장에서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오히려 뉴욕 증시가 달러/원에 파동을 던지고 있어 '주식 장세'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80원 높은 1,308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1,308.50원까지 오른 뒤 차익실현 매물 공급으로 전날 마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방향타를 바꿨다. NDF환율이 2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소폭 오름세를 타 1,310/1,312원에 마감된 것은 개장가에 반영됐다.
차츰 내림세를 드러낸 환율은 정부 당국자의 구두 개입이 가세하자 9시 54분경 이날 저점인 1,304.70원까지 가라앉은 뒤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1,305원선에 둥지를 튼 끝에 1,305.9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높은 1,306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306원선만 거닐다가 탈레반과 반군과의 교전소식 등으로 일부에서 달러되사기(숏커버)가 강하게 진행되면서 3시 58분경 1,308.90원까지 올라 오전중 고점을 경신했다. 이후 환울은 1,308원선을 가로질렀다.
장중 고점은 1,308.90원, 저점은 1,304.70원으로 변동폭은 4.20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96억원, 67억원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레만에 순매도세의 너울을 벗어던졌지만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오히려 개장초 뉴욕 증시를 따라 오름세를 보이던 주가가 10포인트 이상 하락반전한 것이 환율 하락을 제어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0.06포인트, 2.09% 빠진 472.13을 기록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6억5,6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2,13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230만달러, 3억300만달러가 거래됐다. 26일 기준환율은 1,306.5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