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미국 테러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메가톤급 테러를 당하고도 끄덕없는 미국 기업들의 정보시스템 관리체계는 부러울 정도이다. 사건 직후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입주해 있는 JP모건 메릴린치 AIG 등은 고객 데이터 유실로 영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달리 이들 금융기관은 데이터 손실을 거의 입지 않아 곧바로 정상영업에 들어갔다. 비결은 오래전부터 정보시스템 관리체계를 완벽하게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JP모건 등 대부분의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은 실제 지난 93년 월드트레이트센터에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후 뉴저지 등 맨해튼 외곽에 별도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마련,데이터 백업(Back-up.정보저장)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어떨까. 최근 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경우 이중화된 백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테러 발생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테러와 지진,대형 화재 등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시스템 마비로 인해 엄청난 경제.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심각성이 더하다. 공인인증기관과 한국전력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이 기초적인 백업시스템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증권.보험 등 94개 금융기관 가운데서도 원격지 이중화 백업장치를 보유한 곳은 증권전산(여의도.분당),외환은행(을지로,방배동),외환카드 등 일부에 불과하고 증권거래소,교보생명 등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아예 백업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이다. 통신사업자의 경우에도 KTF와 데이콤,KT-NET 등 일부 사업자만이 원격지 이중화 백업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일반 대기업 가운데서는 삼성과 SK 등 4개 기업만이 시스템 및 데이터 백업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정보시스템에 대한 이같은 "안전불감증"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처 방법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경우에 따라 훨씬 큰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물리적인 테러에는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 통신 의료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주요 정보시스템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백업센터 구축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기에다 대기업도 정보시스템 관리체계 중요성을 인식해 재해복구장치에 대한 투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