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왔는데도 테헤란밸리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IT(정보기술)업체 종사자들은 보란듯이 고향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기가 침체된 터에 미국 테러 여파까지 겹쳐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에 IT업체 CEO들은 바닥으로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살리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e메일 기반의 인터넷업체인 인포웹(대표 노종섭)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화합을 다지기 위해 28일 한강뚝섬유원지에서 "민속놀이체육대회"를 갖는다. 종목은 제기차기,자치기,축구,족구,발야구 등 5가지. 마지막 피날레는 사장을 비롯한 전직원이 손을 잡고 도는 강강수월래. 이 회사의 노종섭 사장은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손잡고 함께 뛰며 그동안의 노고를 달래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디자인 포얼업체인 디지털예일(대표 안용현)은 26일 회사에서 전 직원이 참가하는 "예쁜 송편 만들기 대회"를 열었다. 이날 가장 예쁜 송편을 빚는 직원에겐 추석연휴를 하루 연장할 수 있는 "1일 휴가권"을 주었다. 송편을 찌는 동안에는 전 직원이 회사 근처 운동장에 모여 레크레이션을 즐기며 서로 그동안의 고생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백신메일 서비스업체인 에브리존(대표 신동윤)은 지난 21일 외부강사를 초빙해 "한가위문화특강"을 들었다. 추석의 유래에서 차례상 차리는 법,송편 만드는 법,명절예절 등을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좋은 기회였다. 이 회사 신동윤 사장은 "직원들 대부분이 20대라 명절의 본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이런 기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도 아랑곳없이 일이 많아 연휴를 반납한 회사도 있다. 보안업체인 알파엔지니어링(대표 이등구)은 홍채인식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상당수 직원이 추석연휴를 자진반납했다. 이에 회사는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추석날 합동차례상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