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26일 기업이 직면하는 위기유형이 갈수록 하이테크화.대형화.복잡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다양한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체계적인 대응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돌발사태와 기업의 위기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해킹 바이러스 침투 등으로 기업 시스템 전체가 교란될 위험이나 테러나 소비자 불만,악성 루머처럼 원인규명이나 해결방안을 마련키 어려운 상황에 노출돼 있다며 위기관리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소개했다. ◇신속하고 윤리적인 대응으로 시장 신뢰 회복=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존슨&존슨사의 '초강력 타이레놀' 제품을 복용한 7명이 사망했다. 존슨&존슨사는 즉시 '위기관리 위원회'를 구성했고 미국 전역에서 3천만병(총 1억달러어치)에 달하는 제품을 회수하는 등 신속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특히 연방조사단의 조사에 적극 협조했고 기자들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뒀다. 결국 어떤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투입한 것으로 진상이 밝혀졌고 이 회사는 소비자를 위해 윤리적으로 사건을 처리한 덕택에 이후로도 기업의 명성과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환경 변화 무시한 채 '기존 관행'만 내세우다 낭패=1997년 11월 미쓰비시자동차는 회사 경영상의 문제를 은폐하고 주주총회를 경영진의 의도대로 끌고가기 위해 총회꾼과 결탁했다. 주주들의 기업에 대한 견제·감시기능이 예전보다 한층 강화됐고 글로벌 스탠더드의 확산으로 기업 윤리 측면에서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고 있는데도 총회꾼과 유착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 이같은 사실이 폭로된 후에도 미쓰비시 경영진들은 '기존 관행'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그러나 주주총회가 대다수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소수의 이익만을 변칙적으로 추구했다는 비난여론만 초래,결국 기무라 다케무네 사장이 사임했다. ◇위기 내용의 의도적 왜곡·은폐로 사태 악화=지난해 6월 말 일본 유키지루시유업에서 만든 저지방 우유가 황색 포도상구균에 오염된 채 출시,우유를 마신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려 대거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유키지루시 경영진들은 책임회피에 급급,식중독 원인을 따지는 기자들에게 계속된 거짓말과 발뺌으로 일관했다. 결국 일본정부는 공장폐쇄와 함께 유통 중인 유키지루시 전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회수 명령을 내렸다. 사건 발생 직후 주가는 일시에 21%나 폭락했고 사장은 사임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