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째 숨 죽이고 살아왔던 통일중공업 임직원들은 요즘 신바람이 난다. 지난 98년 무려 1천3백88억원의 적자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회사가 지난 상반기에 처음으로 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본격 부활의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록 반기 결산이라지만 영업이익을 낸 것은 98년 11월 부도 발생 이후 처음 있는 "대사건". 임직원들은 지난 99년 1월 취임한 이종용(60) 법정관리인 겸 회장이 추진해 온 "난타(亂打)경영"이 통일중공업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난타경영이란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난타'공연에서 착안,이 관리인이 만들어낸 용어. 아무런 규칙도 없이 마구 두들기는듯 해도 일정한 리듬을 연출해내는 난타처럼 회사 전 분야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개혁을 통해 '경영 정상화'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관리인이 취임하던 당시만 해도 통일중공업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다. 인사와 자금집행 등 핵심 경영권한은 노조가 장악한 상태였고 기획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곳 경쟁력있는 분야를 찾기 어려웠다. '총체적 비정상'기업을 떠맡은 이 관리인은 그래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회사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영업 생산 인사 조직 품질향상 노사 등 20개 경영목표를 설정,한꺼번에 '두드리기'로 결심했다. 타성에 젖어 있던 수직적 조직을 팀 중심의 수평적 조직으로 바꿨다. 연구소 조직을 개편해 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서둘렀다. 매출신장을 독려했고 공정 단축·변경 등을 통해 원가를 줄였다. 문제는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난타경영의 최종 고비,즉 화룡점정 단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기존의 관리부서로는 노조를 바꿀 수 없다고 보고 곧바로 현장으로 파고 들었다. 공장장 생산팀장 반장 조장 등 생산직 간부들을 직접 만났다. 최소 1주일에 한번은 공장이 있는 창원에 내려가 이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며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산다'는 상생논리를 설파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노조원들도 이 관리인의 열성에 감복,적극 협력키로 했다. 난타경영의 다른 성공요인은 취임 이후 지금껏 단 한주도 쉬지 않았던 주간업무보고 분석이었다. 그는 토요일 오후 퇴근하기 전 60여개의 팀으로부터 이번주 업무실적과 다음주 계획을 담은 두툼한 주간업무보고서를 받았다. 일요일을 이용,4시간동안 꼼꼼히 읽었다. 이를 토대로 직원들이 할 일을 낱낱이 기록,다음날 아침 회의에서 지시했다. "직원들 몇명이 어디로 출장갔는지,고장난 기계가 몇대인지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이 관리인은 "법정관리 기업이라 법과 원칙에 근거한 투명경영을 할 수 있었다"며 "통일중공업은 법정관리를 받았기 때문에 회생이 가능했다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6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한라그룹 부회장 등을 지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