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결실을 상징하는 추석명절이 다가왔지만 증시에서는 별로 수확할 것이 없다. 연초 이후 490∼630선의 지루한 박스권 횡보를 보인 증시가 미국 테러 참사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심리 위축과 수출 감소로 국내외 경기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없다. 미국의 테러 보복 공격도 잠재돼 있는 '불씨'다. 추석연휴로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미국에서는 각종 경기지표와 경기부양책이 발표되는 등 변수가 한 둘이 아니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고민을 반영,최근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추세다. ◇과거의 추석효과=통상 추석연휴를 앞두고 횡보하던 증시가 연휴가 끝난 뒤 짧은 랠리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신한증권이 지난 89년부터 13년간 추석을 전후로 한 20일간(D-20일∼D+20일)의 종합주가지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추석을 앞둔 시기에는 횡보 흐름이 많았다. 반면 추석연휴가 끝난 뒤 8∼15일(거래일 기준)까지는 단기적으로 상승랠리를 보였다. 추석 전까지 줄어들던 고객예탁금도 추석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반전,D+17일까지 지속적으로 늘었다. 추석 전에 풀린 시중 자금이 연휴 이후 증시로 유입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종별로는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음식료업종이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 반면 유동성 장세의 수혜주인 은행 증권 건설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택배(대한통운 한진) 및 백화점(신세계 현대백화점) 업체들의 주가도 추석 이후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와 다른 증시 여건=이번 추석연휴는 미국의 테러 참사와 보복 공격이라는 돌발변수로 과거와 같은 '추석효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국내 증시가 연휴를 '즐기는' 동안 미국 증시가 계속 열리고 주요 경기지표와 경제대책이 발표된다.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미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기대된다. 반면 미국의 2·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확정치,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8월 개인소득 증가율,9월 NAPM(전미구매자관리협회)지수 등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잇따른 실적악화 발표도 악재다. 다만 지난 96년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친 미국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과거와 달리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 것처럼 대부분의 악재들이 주가에 선반영돼 있는 만큼 증시에 대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동양증권 박재훈 차장은 "테러 사건 이후 2주간 미국의 대표적 할인점인 월마트의 매출이 3.7%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경기 회복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대응요령=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은 만큼 적극적인 투자자는 내수 관련 경기방어주를 매수하고 보수적인 사람은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미국의 보복 공격 시기와 강도가 최대 변수"라면서 "보복이 단기전 양상을 띨 경우 증시에 긍정적이겠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하방경직성이 있는 내수 우량주나 낙폭과대주를 저점 분할 매수하든지,아니면 포지션을 정리하든지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