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6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보복전쟁 계획을 설명하고 전시내각을 최고정책기구로 본격 가동했으며 이에 맞서 탈레반은 반군 지역을 일부 탈환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진정을 호소하는 등 전쟁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11 테러 대참사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대한 공격 준비를 사실상 완료했지만 정보부족으로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 즉 전면전의 가능성 역시 일단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전을 위해 발진한 4척의 항공모함 가운데 한척이 이미 아프간을 사정권에 둔 파키스탄 인근 해역에 배치됐고, 주변 지역들에 자리잡은 미군 역시 아프간에대한 대규모 공습 준비를 완료했지만, 이번주 들어 미국의 정치.외교 행보는 대규모공습 가능성이 줄어들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 장관은 지난 25일 "미국의 이번 대(對)테러 작전은 과거의 군사작전에서 보여진 `D-데이'와 같은 대규모 개전(開戰)으로 시작되지는 않을것"이라고 밝혔으며, 럼즈펠드 장관 대신 26일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역시 "집단적 행동이 필요하다면이를 요청할 것이지만 현재는 필요치 않다"면서, 현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테러 배후를 밝혀내기 위한 정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최고 지도자인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 역시 지난 26일 국영 라디오를 통한 성명에서 "미국의 공습 가능성이 다소 줄어들었다"면서 피신했던 난민들의 복구를 촉구함으로써 전면전 가능성이 줄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미국의 공격이 있더라도 민간인이 피해를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국민들의 두려움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테러 참사 이후 이번 테러와의 전면전 수행을 위한 최고 기구로 부상한 조지 W.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등 10명으로 구성된 미국 전시내각도 26일 회의를 갖고 ▲공격개시시점 ▲주 공격목표 ▲공격시 교전범위 ▲빈 라덴 색출작전 ▲확전 여부 등 구체적인 전략전술을 검토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당초의 확전론보다는 빈 라덴 색출과 탈레반 정권에 대한 조건부 응징쪽이 무게를 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지난 25일 `탈레반 정권에 불만인 아프간인들에게 빈 라덴에 대한 미국의 보복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으며, 알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미국이 아프간에 대한 최대 식량원조국으로서,그동안 이 나라에 매우 유익한 국가였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 미국이 아프간에대한 강온 양면작전에 돌입했음을 보여줬다. 미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26일 600여명의 해군 및 공군 예비역들을 추가로 소집,자국내 추가 테러를 대비했다. 이번 사태로 미국내에서 동원된 예비역은 1만6여명에 달한다. 미국이 이처럼 신중한 대응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미국의 이번 작전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보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5일 탈레반이 빈 라덴을 넘겨주지 않으면 특정한 분쟁(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함으로서, 영국의 참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EU는 아프간 탈레반 지도부들 및 빈 라덴과 관련된 역내 자산에 대한 동결 작업에 들어가 지난 7월 이후 현재까지 모두 1억달러의 자산을 압류한데 이어 미국이 테러와 관련해 지난 24일 제출한 27명의 `블랙 리스트'에 대한 검토작업을 26일 벌였다. 일본 역시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정보수집과 초계작업에 투입하게될 2척의 구축함에 대한 무장작업을 26일 완료했다. 이 2척의 일본 구축함에는 헬기와 대공 미사일, 어뢰 및 폭탄들이 장착됐다. 미국은 이와 함께 브뤼셀에서 나토 국방장관들에게 대테러 보복작전 계획을 설명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옛소련 15개 공화국가운데 한곳인 아르메니아의 바게 가브리엘리안 대통령 대변인은 26일 "아르메니아와 미국의 관련 부처들이 수시로 접촉하고 있으며 아르메니아는 미국의 이같은 요구를 논의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면서 "아르메니아가 미국의 대(對)테러 작전을 위해 영공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동안 지난 9.11 테러를 강력 비난해온 이란 수뇌부들은 미국 주도의 국제적인 대(對)테러 작전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미국은 테러에 대한 국제적인 캠페인을 주도할 능력이 없으며, 이란은 미국이 주도하는 어떠한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역시 미국이 오만하다고 비난했다. 또 오마르는 26일 ▲국영 라디오 방송인 `샤리아' ▲각 주지사와 족장들 ▲위성전화 등 3가지 방법을 통?아프간 전역에 대미(對美) 항전을 위한 전시동원령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 등이 현재 아프간 탈레반 정권 전복 세력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는 반(反)탈레반 세력은 현재 아프간 북부에서 탈레반과 일진일퇴의 교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탈레반이 반군 지역 일부를 되찾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카불 AFP AP = 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