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의 김치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아진종합식품. 김치 등 각종 식품 생산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지방기업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독자브랜드로 두산식품BG(종가집김치)등에 이어 수출액기준 국내 3대 김치회사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성장에는 2세 경영인 노태욱 사장(41)의 역할이 컸다. 미국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던 노 사장은 91년 귀국해 부친이 경영하던 회사에 합류했다. 당시의 생산품목은 밤통조림과 요구르트용 가공딸기. 김치도 생산하고 있었지만 업소용과 단체급식용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주력 제품이던 깐 밤은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채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산 밤까지 가세해 일본 시장을 잠식하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그는 귀국후 기획실장으로 출발,회사의 업무를 하나씩 파악하면서 경영개혁을 단행했다. 경리업무는 물론 모든 관리 업무를 전산화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을 책임지게 된 것은 지난 97년. 나라가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지만 아진의 경영실적은 이때부터 크게 좋아졌다. 97년 1백5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백58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해마다 큰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1차 가공품인 밤,딸기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김치에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노 사장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경영이 호전되면서 부채비율도 1백30%로 줄었다. 그는 김치는 양이 아닌 맛과 품질에서 승부가 난다는 결론을 내리고 김치가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멀다 하지 않고 모두 찾아다니며 제조법을 배우고 연구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고향 어머니 손맛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브랜드도 '고향맛김치'로 정했다. 제조 과정은 김장김치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업장내 온도 등 모든 환경을 김장철 시기인 늦가을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숙성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원료는 손상방지를 위해 냉장상태로 박스에 담아 운반했다. 처리수는 청도 운문댐의 깨끗한 물을 사용하며 수돗물은 염소냄새가 전혀 나지 않도록 역삼투압 방식으로 재처리해 사용했다. 97년부터 모든 공정을 매뉴얼로 만들고 양념의 배합비율 등을 엄격하게 지켜 맛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이를 기반으로 98년에는 ISO9002 국제규격도 획득했다. 비위생적인 수작업을 줄이기 위해 98년 10억원을 투자해 생산 자동화 시설을 갖췄다. 최근 30억원을 추가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노 사장은 매출 증대를 위해 새 마케팅 기법도 도입했다. '고객만족을 통한 가치창조'를 내세워 주부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앙케트 조사를 실시하고 드러난 문제점은 즉시 고쳤다. 인터넷을 통한 고객과의 공감대 형성과 전자상거래망 구축작업도 한창 진행중이다. 판매망은 과거 대리점위주에서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중심으로 바꿨다. 같은 제품이라도 지역에 따라서 양념을 다르게 해 고객들의 입맛에 맞추고 있다. 주 수출시장인 일본시장에서도 다이에백화점 로손편의점 등 거대 유통업체 위주로 공략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그때그때 순발력있게 개발해 적기에 공급하는 생산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기술개발연구소가 큰 힘이 됐다. 연구원 6명을 보유하고 있는 이 연구소는 연간 3억원이상을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는 등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053)852-4351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