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추억의 책갈피를 펼쳐보는 시간. 시골집 평상은 여전히 아늑하고 풀벌레 소리도 변함없다. 한가로이 누워 만월에 몸을 맡기면 세상 시름도 잠시 잊는다. 붐비는 고향길에 차가 막히면 또 어떤가. 선물 꾸러미 속에 책 한권씩 넣고 가는 여유를 갖자. 한 줄이라도 "가슴을 치는" 글귀를 만난다면 얼마나 뜻깊은 일인가.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남편의 인생을 결정한다"(김학중 엮음,울림사)는 부부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IMF 시절 퇴직 신청서를 넣고 다니는 남편의 어깨를 펴주던 아내. 밤마다 시름에 잠기던 탁자 위에 따뜻한 사랑의 편지를 올려놓고 표정을 살피는 순간은 아릿하고 또 아름답다. 일본에서 성공한 MK택시의 유봉식 회장도 벼랑끝에 몰렸을 때 "걱정 마세요.다시 방 한 칸에서 시작하면 되지요.당신을 믿어요"라는 아내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아내의 격려만큼 큰 힘이 어디 있을까. 가슴 훈훈한 감동 스토리 속에는 남편 얘기도 담겨있다. 갑작스런 실직에 실망할까봐 이미테이션 반지 하나를 사갖고 와 아내의 손가락에 끼워주는 가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콧등이 시큰해진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7가지 인생의 선물"(시찌다 마코트 지음,가야넷)이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1.2"(피에르 상소 지음,동문선) "느리게 사는 즐거움"(어니 젤린스키 지음,물푸레) "단순한 기쁨"(피에르 신부 지음,마음산책)도 좋은 동반자다. 길이 막혀 지루할 때는 품격있는 추리소설이 어떨까. 유럽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헤닝 만켈의 작품들이 추천 1순위. 지난해 "다섯번째 여자"에 이어 올해 "미소지은 남자"와 "한여름의 살인"(권혁준 옮김,좋은책만들기)이 잇달아 나왔다. 신간 "한여름의 살인"은 소외된 현대인들의 내면과 양심의 소리를 접목시킨 작품으로 삶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착상이 뛰어나고 고도의 문학성까지 갖춰 준비된 경탄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듣는 그의 작품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감수성이 파릇파릇한 젊은 세대용으로는 국내 작가들의 판타지소설을 권할 만하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몸을 꼬는 아이들에게는 "새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지음,김영사)시리즈와 "똥이 어디로 갔을까"(이상권 지음,창작과비평사) "닭들에게 미안해"(공재동 외 지음,현대문학어린이) "야생동물 구조대"(조호상 지음,사계절)등이 좋을 듯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