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16개월만의 경상수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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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수출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흑자행진을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지난 8월중 1억1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등 세계경기 부진에 따라 수출이 줄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할 것으로는 어느정도 예상했었지만 16개월만에 처음 적자로 반전됐다는 것은 뜻밖이다.
미국 테러사건의 충격이 반영될 9월의 수지전망도 불투명한 가운데 세계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터여서 환란 극복의 일등공신인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붕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테러사건 이후에도 수출이 예상만큼 나쁘지 않아 일단 일시적인 적자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수지 흑자 규모의 감소추세가 급격할 뿐 아니라 서비스수지 적자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닌성 싶다.
8월중 서비스수지는 연중 최대 적자(7억6천만달러)를 기록했고 특히 여행수지 적자는 외환위기 직전인 98년8월 이후 최대인 3억4천만달러에 달했다.
경기가 나빠졌음에도 여행 유학 등으로 해외에 나가 쓴 돈이 무려 9억달러였다니 정부의 소비촉진정책이 엉뚱하게도 부유층의 해외소비만 늘려놓은 셈이 되고 말았다.
경상수지에 빨간 불이 켜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소집,우선적으로 관광시설의 확충,교육시장 개방 등 서비스수지 개선에 초점을 맞춘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로 해외관광과 해외유학이 얼마나 줄어들지 의문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서비스수지 악화 때문이라고 하지만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을 감안할 때 뭐니뭐니해도 상품수출을 늘리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본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상품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공허한 탁상공론보다는 수출일선에서의 애로사항을 면밀하게 파악해 풀어주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장·단기 대책을 세워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기업으로선 근본적인 경쟁력은 품질이라는 인식하에 기술개발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지금처럼 수출주력품목에서조차 중국 등 후발 경쟁국들에 추월당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경제는 가망이 없다.
경상수지의 흑자기조는 위기에 빠진 우리경제를 그나마 유지시켜온 버팀목이었다.
경상수지가 잘못되면 외환 주식 등 금융분야는 물론이고 산업정책 전반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