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3:04
수정2006.04.02 03:05
'실패 연구' 바람이 불고 있다.
실패 연구의 선두주자는 기업이다.
책임자를 문책하기보다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 실패의 반복을 막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과학기술부가 실패 연구를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키로 했으며 일부 공기업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은 최근 한 임원이 실패연구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연구 문건을 작성,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배포하는 등 '실패학' 에 대한 연구론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문건은 무지 부주의 기획불량 등 10대 실패 원인을 지적한 뒤 △실패의 생생한 전달 △책임 소재의 정확한 규명 등 구체적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실패를 조직의 활력으로 연결시키는 '실패 친화도'가 높은 기업이 돼야 하며 실패를 패배가 아닌 호재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에버랜드는 고객들의 불평이 접수됐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패 파티'를 여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실패한 사람이 사례를 발표하고 '쓸개주'나 이와 색깔이 비슷한 '콜라'를 마시며 재발 방지를 다짐한다.
케이크에 양초를 'X'자 형태로 꽂고 '실패 그만 합시다'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실패 자료는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며 전 직원들도 이를 공유한다.
공기업인 남부발전은 화력발전소 운영이나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실패 사례를 인터넷에 올리도록 하고 있다.
남부발전 이임택 사장(61)은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8개의 대표적 실패 사례를 정리해 놓았으며 이를 직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상품자료관리(PDM) 시스템을 도입,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제품생산 과정까지의 성공.실패 사례와 각종 자료들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현장 소장들은 정기적인 모임이 있을 때마다 실패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과학기술부가 '실패 연구' 바람의 선두에 섰다.
실패한 연구개발에 대해 징계보다는 원인 규명이나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기부는 원인 분석이 끝날 때까지 실패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유보하고 경우에 따라 재도전 기회를 주기로 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