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한 것은 공정거래제도와 그 운용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난 97년 17억원에서 올해는 8월말까지 1천5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공정위 과징금은 이미 본란에서 수차 지적한 바 있지만 확실히 문제가 있다.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서 공정위의 패소율이 10건중 4건 이상이라는 점을 되새기면 더욱 그렇다. 과징금부과 근거조항인 공정거래법 24조가 헌법상의 이중및 과잉처벌금지.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난다는 법원의 위헌심판 제청이유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사안에 대해서도 다시 검찰이 형사소추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은 실제로 그런 이중처벌 사례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말도 안되는 제도다. 그러나 더욱 문제인 것은 운용이다.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조정되는 맥주 출고가격을 같은 비율로 올렸다는 이유로 맥주 3사에 1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사례만 해도 그렇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종잡을 수 없을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은의 콜금리 인하 등 금리를 조정해야 할 객관적인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함께 내리면 사전담합이고 시차를 두면 '동조적 인상'이라고 문제삼는 것이 온당한 발상일까. 하려고만 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형태인 공정거래 제도와 그 운용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제도는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신규참입제한을 없애려는 등의 경쟁촉진적인 조항과 출자제한 등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조항이 혼재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만사가 담당자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꼴이 됐다고 봐도 별로 지나친 해석이 아니다. 우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을 공정거래법에서 떼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별도의 법으로 만들어 공정위와는 별개의 부서에서 맡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위의 자의적인 공정거래제도 운용을 막을 수 있다. 금융 보험 등 별도의 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또 감독기관도 있는 업종의 공정거래법 적용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공정위가 부처 위의 부처일 이유는 없다고 보면 그러하다. 필요한 경우 다른 부처의 협조를 받으면 될 일이고 보면 공정위가 계좌추적권 같은 것을 가져야할 이유도 없을 것은 자명하다. 공정거래제도는 전면 재점검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