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에서 '마이더스의 손' '프리젠테이션의 귀재' 등으로 불리는 광고회사 리앤디디비의 이용찬 사장이 지난 96년께 제일기획에서 SK텔레콤 011 광고를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SK텔레콤 본사에서 관련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 찍을 CF의 프리젠테이션이 열렸다. 당시 광고 컨셉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터지는 휴대폰'.이 사장은 이를 유명탤런트 채시라를 기용한 유머 광고로 풀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며칠밤을 새면서 마련한 이 기획안에 대해 SK의 한 임원이 이런 이런 내용은 꼭 집어넣어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때 이 사장은 대뜸 탁자위에 놓여 있는 귤을 대여섯개 집어들고 그 임원을 향해 받아보라고 던졌다. 한꺼번에 여러 귤이 던져지자 그 임원은 당황하면서 한 개도 받지 못했다. 이를 보고 이 사장은 말했다. "보십시오.고객에게 너무 많은 메시지(귤)를 전하려고 하면 이처럼 하나도 기억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일 메시지의 광고가 성공합니다" SK측은 결국 이 CF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으며, 그 결과는 대히트였다. 이 사장은 프리젠테이션의 귀재란 별명답게 좌중을 사로잡는 화술과 기법으로 광고를 성공시켰다. 21세기는 '프리젠테이션의 시대'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광고계는 물론이고 일자리 구하기, 각종 입찰, 주식브로커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주식매매 주문을 받아낼 때도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은 프리젠테이션 면접으로 직원을 뽑는다. 입사지원자들은 제시된 주제에 대해 인터넷과 도서관 등에서 자료를 수집한뒤 광고안을 만들어 면접관에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취업 여부가 결정된다.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은 말 그대로 '발표하기'다. 세미나 및 학회, 회의에서의 발표는 물론 각종 브리핑, 보고, 학교 수업시간의 발표, 정치가의 정견 발표, TV토론, 국회 연설 등을 포함한다. 일정한 주제나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이 중요한 것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이나 소속집단의 실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해당 주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으며 미래를 보는 눈이 있는가가 적나라하게 밝혀진다. 이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속한 기업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된다. 이처럼 프리젠테이션이 중요해지면서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하도록 돕는 프리젠테이션 산업도 뜨고 있다. 영사기, 슬라이드 프로젝터, LCD(액정)패널, 오버헤드 프로젝터(OHP) 등 시청각 자료를 프리젠테이션에 이용할 수 있는 기기들이 인기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 프리젠테이션이 일반화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의 판매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전자 프리젠테이션은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시각자료를 제작, 이를 빔 프로젝트에 연결해 프리젠테이션 하는 기법이다. 슬라이드를 만들지 않고 컴퓨터로부터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직접 투사할 수 있어 제작과 내용 수정이 쉬우며 음악이나 사운드를 이용해 보다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인 '파워포인트',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들이 전문 디자이너 수준의 프리젠테이션을 작성할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인 윤디자인연구소의 '쿨피티(COOL PT) 2.5', 전자칠판에 쓰는 내용을 곧바로 PC에 전송해 저장, 편집할 수 있는 두기프러스의 디지털 프리젠테이션 장비 '두기테크', 칠판위에 글씨를 쓰듯 컴퓨터 모니터에 글씨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웹포인트의 '웹펜'등은 전자 프리젠테이션을 도와주는 대표적 제품으로 꼽을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닷코퍼레이션의 김영한 대표는 "프리젠테이션은 다양한 장비와 테크닉이 동원되는 마케팅 분야의 종합예술"이라며 "사업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의 하나"라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