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골프일기] '힘빠진 老골퍼, 힘빠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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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어르신이 계시다.
일흔 연세에 구력은 30년쯤 되는 분이다.
그 분은 골프하는 것을 지상 최고의 행복으로 여길 정도로 골프를 좋아하신다.
흰머리와 주름 패인 그 분의 얼굴이 골프장에서는 소년처럼 상기되어 빛나는 것을 여러번 본 적이 있다.
골프 앞에서는 늘 밝고 유쾌한 분이지만,그 분이 골프 때문에 서글플 때도 있으니….
그건 해가 바뀔 때마다 줄어드는 거리를 발견하면서 한 클럽씩 길게 잡아야 할 때라고 한다.
마음은 30년 전 그대로인데 해마다 5야드씩,10야드씩 거리가 줄어들고.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핸디캡과 거리 사이의 간격,그 간격을 줄여주는 것은 오로지 '한 클럽 긴 클럽 뿐'이라는 말씀이셨다.
추석 전날 어머니와 목욕탕에 갔다.
명절이라고 목욕탕을 찾다니….
10여년 만에 있는 일이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어머니의 등밀기는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어찌나 힘을 다해 빡빡 밀어주셨는지 모른다.
밀고,또 밀고,민 데 또 밀어 피가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그 기억 때문에 어머니의 때 수건이 닿자 내 어깨는 잔뜩 웅크러들었다.
그런데 웬일일까?
힘없이 슬슬 다가오는 손길.
초반에 살살 시작하여 나중에는 힘껏 밀어주시려니 생각했는데 그 '살살'이 전부였다.
'어머니는 언제부터 이렇게 기운이 빠지신 걸까?'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어머니의 등밀기 때문에 우울해졌다.
늙은 아버지의 회초리가 아파서가 아니라,회초리가 예전처럼 힘 있지 않아 울어버린 아들 이야기,그 아들 마음이 이랬을까?
어머니에게 하루 빨리 골프를 권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급해졌다.
어머니 기운이 더 빠지기 전에 말이다.
점점 약해지고 나에게 더 많이 기대시는 어머니.
그 분께 내가 '한 클럽 더 긴 딸'이 돼드려야겠다.
고영분 < moon@golfsky.com 골프스카이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