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정보화 시대와 전통 .. 오건석 <프리챌홀딩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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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석 < 프리챌홀딩스 회장 moses21@freechal.com >
문화적 경계가 뚜렷했던 산업사회에서 전통이란 특정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채택되는 거의 절대적인 삶의 양식이자 규범이었다.
고유한 전통을 통해 외지인과 자신을 구분하는 공동체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에서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
전통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에서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전통일 순 없을 것 같다.
먼저 전통의 지역성은 약화된다.
전자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의 시공간이 하나의 환경으로 통합되어 가고 그 과정에서 급속한 자본,인력 등의 이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전통을 가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동시에 한 지역에 거주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한 장소에 다양한 전통들이 공존하게 된다.
따라서 동질적인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전통의 기능은 상당히 축소된다.
지역적인 경계가 뚜렷했을 때 단일한 전통이 사람들에게 가졌던 강한 구속력이나 정통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에게 전통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들은 이제 선택되기 위해 다른 전통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전통에서도 경쟁력이 요구된다는 것은 정보화라는 개방된 사회에서 전통 역시 다른 문화적인 아이템들과 마찬가지로 상품화 경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화 사회에서 전통은 더 이상 자연스레 전래되는 특권화된 규범이나 양식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전통은 여전히 고유한 문화이긴 하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상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보화는 그러한 과정을 촉발하고 또한 가속화한다.
인터넷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전통들의 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보화라는 격류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보화 시대에 우리 전통의 고유함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첫째 정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정보화가 만들어 내고 있는 전통의 변모를 냉철히 파악해야 한다.
둘째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MIT의 네그로폰테 교수는 미래기술의 핵심이 인간을 디자인하는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보다 앞서 그들이,우리의 전통을 디자인하고 제조하며 판매하게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