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大기업 내년 경영환경 설문 분석] 기업들 "일단 살고보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재 경기가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더 큰 애로는 모든게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내년 경영계획은 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다. 일단은 생존이 급선무다"(대기업 계열 S사 관계자)
기업들의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테러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르는 데다 지자체선거 대통령선거 등에 따른 국내 정치불안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 대부분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아예 내년 경영계획 자체를 적자로 짜는 기업도 수두룩할 정도다.
특히 대기업의 설비투자 축소와 긴축경영으로 중소기업들은 줄도산의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전경련 관계자는 지적했다.
◇ 적자 경영계획도 준비한다 =경기침체의 와중에서 미국 테러사태라는 돌발적 변수까지 가세,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됨에 따라 기업들은 업종 구분없이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테러사태로 물동량 감소와 보험료 인상 등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2개 국적 항공사는 모두 내년에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기.전자 등 IT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업종도 상황은 비슷하다.
PC제조업체(삼보컴퓨터 현대멀티캡)와 반도체업체(하이닉스반도체 아남반도체)는 물론 SI업체(삼성SDS)까지 적자 가능성이 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전망이 어둡다.
철강 시멘트 건설 등 내수비중이 높고 연관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가 내년에 적자반전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미국 테러사태의 장기화.
설문에 응한 기업의 3분의 1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데 가장 큰 변수로 미 테러사태를 꼽았다.
테러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내수마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경우 환율과 증시에 악영향을 미쳐 한계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 믿을 것은 현금뿐 =경기가 '시계 제로' 상황인 만큼 모든 기업들이 현금유출을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백대 기업 중 내년도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겠다고 답한 곳은 단 5개 뿐이다.
그나마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자동차 등 자금사정 악화로 올해 기본적인 설비투자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인 투자확대의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3분의 1 가량(28개사)은 투자를 더욱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중 전기.전자업종이 7개로 가장 많았고 설비과잉과 수요부진에 시달리는 석유화학과 철강업체들이 각각 3개사로 나타났다.
기아차와 삼성중공업 등도 10∼30%씩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LG전자 포항제철 하이스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대우조선 등 업종 대표주자들은 내년도 투자를 올해 수준에서 동결시키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실제적 의미는 투자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기업경영의 최우선 과제는 유동성 확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기업 일선의 경기전망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비용절감과 비수익사업 정리, 투자축소 등 생존경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