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의 기록 용량을 현재의 최고 4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은 연세대 초미세표면과학연구센터 황정남 교수 연구팀은 4일 '이온선 혼합법'을 이용,하드디스크 같은 자기 기록소자의 용량을 대폭 늘리는 간편한 기술을 개발해 세계적 물리학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에 논문을 실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가로,세로의 길이가 1인치인 하드디스크에 10기가바이트(GB) 이상을 저장하지 못했다. 자석의 성질을 가진 소자를 좁은 공간에 밀집시킬수록 자성 물질간 상호작용으로 자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기 기록소자에 이온선을 쪼이는 방식으로 소자의 자성을 크게 높여 기록 밀도를 향상시켰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발달된 기술을 갖고 있는 IBM은 20GB까지 저장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IBM등과 함께 상용화 작업을 추진하면 최고 80GB를 저장할 수 있는 자기 기록소자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내다봤다. 황 교수는 "하드디스크에 사용되는 코발트와 백금의 합성물질을 방사광가속기에 넣고 이온빔을 쪼인 결과 순간적으로 액체상태가 됐다가 고체상태로 돌아왔는데 이 과정에서 원자당 부피가 팽창하면서 자성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광자기 디스크 드라이브,미니 디스크,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등 거의 모든 자기정보 기록매체 생산에 활용할 수 있으며 자성기억장치(MRAM)와 같은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개발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