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 '모락모락'..금리 내리고 돈 풀고..세계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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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한가위를 보내고 온 10월 첫장에 그대로 실현됐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500선과 55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국내외 증시분위기마저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이 지난 2일 금리를 0.5%포인트 추가인하한데 이어 경기부양을 위해 7백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풀기로 했다.
미국테러사태 이후 대부분 국가들이 미국과 발걸음을 함께해 온 점을 감안할때 세계적으로 유동성장세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가슴 설레는 희망론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금리 인하와 경기 진작책 등으로 유동성 장세가 도래할 여건은 조성됐지만 당장 증시로 자금이 몰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테러전쟁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신호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멍석'은 깔렸다=세계적인 유동성 장세가 도래할만한 필요조건은 갖추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테러사태 직후 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린 데 이어 지난 2일에도 0.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이로써 미국 연방기금 목표금리는 1962년 이후 3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 영국 한국 등 대부분 국가가 금리를 내린 상태라 '초저금리 시대'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미국이 경기 진작을 위해 6백억~7백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풀기로 하는 등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금리는 떨어지는 반면 경기부양을 위해 자금이 풀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갈 곳 없는 돈이 증시로 몰려올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 98년의 유동성 장세를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 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가 겹쳤을 때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는 금리를 인하,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그 결과 여유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가 나타났다.
◇아직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다=유동성 장세가 도래하려면 돈이 증시로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돈을 증시로 유입할만한 계기는 아직 부족하다.
돈을 움직이는 방아쇠는 기업실적 호전과 경기회복 신호지만 아직 그런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NAPM(전미구매관리자협회) 비제조업지수(50.2)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경기 침체 탈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또 시스코사가 긍정적인 실적전망을 내놓았지만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될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더욱이 심리적 불안감이 남아 있다.
미국의 테러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도 다시 동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20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는 48억7천만달러가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테러사태 직후 한주일 동안의 순유출 규모(59억3천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유출 추세가 수그러들었다고 볼 수 없다.
국내에서도 시중자금이 안전한 국고채에만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98년 10월의 경우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기라는 점이 다르다"며 "침체 경기에서 벗어나는 방아쇠가 당겨져야만 유동성 장세가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멀리 보자=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날 주가 급등으로 투자 분위기가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에 안착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박준범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60선에 대한 지지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미국 테러사태 이전으로 주가가 회복한다고 해도 540선이 단기 랠리의 고점이 될 것"이라며 "보유 종목별로 투자전략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득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증시 분위기가 호전된 것은 분명하지만 증시로 자금이 몰리지 않는 한 500선이 다시 무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