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년 전 진묵대사가 빚었다는 송화백일주. 전주 모악산 수왕사에는 송홧가루로 그 옛날의 풍미를 재현하는 벽암 스님이 있다. 고고한 선비의 풍모를 닮은 경주 교동법주. 우리 술의 최고 장인으로 꼽히는 배영신씨가 반가의 며느리다운 체통과 정성으로 만든 등황빛 명주가 익는 현장이다. 경기도 남양주 덕소에는 '취석'(술 취하는 돌)이라는 비석이 있다. 주인은 시조 '가노라 삼각산아'의 김상헌. 엿탁주로 불리는 계명주의 산실이 그곳에 있다.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허시명 지음,웅진닷컴,1만8백원)에는 전국 유명 술도가 23곳의 장인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면 백세주로 우리 술의 대중화에 앞장선 배상면씨,아기는 버리고 가도 누룩은 못 버린다는 누룩 마을,선홍빛 색깔이 아름다운 진도 홍주,찹쌀의 기름기까지 씻고 씻어 맑고 담백하게 빚는 낙안읍성의 사삼주,대숲바람이 묻어날 것같은 담양 댓잎술의 사연 등이 펼쳐진다. 저자는 '샘이 깊은 물' 기자 출신. 1백여컷의 사진도 흥취를 돋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