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관련 법률중 초미의 관심사는 은행 소유구조 문제를 건드린 은행법 개정안이다. 지난 8월 처음 발표된 개정안과 비교해 보더라도 상당한 변화가 있다. 1차 개정안은 동일인의 은행주식 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상향 조정하되 산업자본은 4%로 묶어두는 것이었다. 5일 발표된 수정안에서는 산업자본도 일단 10%까지는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조건이 있다. 4%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 내년부터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민영화해야 하는 부담에 시달려온 정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은행 주식을 매입해줄 만한 자산가라고는 산업자본뿐이니 민영화를 하려면 이들의 묶인 발부터 풀어놓아야 한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 두가지 상충된 목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민영화'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봉쇄'. 이 두가지 정책 목표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는게 현 경제팀의 고민이다. 은행 민영화를 성공시키려면 은행 경영을 정상화하는 한편 원매자 수를 충분히 확보해 놓아야 한다. 경쟁이 붙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국내에 민영화되는 은행 주식을 매입해줄 투자자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돈을 가진 재벌은 주식소유 제한에 묶여 있고 의향이 있는 몇몇 금융 주력그룹은 돈이 없는게 현실이다. 은행 민영화만을 생각한다면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소유한도를 10% 정도로 올려주는 해법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길을 텄다'는 비난을 극력 피하려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자본의 보유 한도를 10%로 올려줘도 '공동 보유'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재벌의 은행 소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사정이 그렇다고 규제를 풀어버리면 이번에는 재벌개혁 후퇴라는 흑백론적 비난이 쏟아질게 뻔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 은행별 상황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은행에 대해서는 외국인 최대주주의 지분율까지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따라서 외환 한미 하나은행 등 외국인 합작은행 주식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로서는 사실 이번 은행법 개정에 별 흥미가 없다. 외환은행 주식은 코메르츠의 지분율(32.5%)까지, 한미은행 주식은 JP모건 지분율(17.9%)까지, 하나은행 주식은 알리안츠 지분율(12.5%)까지 금감위 승인만 받으면 지금도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다. 이번 은행법 개정으로 산업자본의 취득 한도가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은행주는 국민.주택합병은행 신한금융지주회사 우리금융지주회사 서울은행 조흥은행 주식이다. 신한지주회사는 재일동포가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지분율 4%를 초과하는 주주가 없다. 국민.주택합병은행은 정부가 최대주주여서 합작은행이 아니고 우리금융지주회사와 서울.조흥은행은 정부가 주인인 공자금 투입은행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