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한도 늘린들 무슨 소용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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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5일 당정회의에서 확정한 은행법 개정안은 아직도 은행을 철저하게 관치금융의 틀에 묶어놓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확대에 반대해온 정부가 갑자기 10%까지 보유를 허용키로 한 것은 얼핏 보면 큰 맘 먹고 재계와 은행측의 건의를 수용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경우 4% 보유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문제다.
의결권을 제한한다니,도대체 '무엇을 위한 지분확대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입으로는 은행의 민영화 자율화를 외치면서 '소유는 10%까지,의결권 행사는 4%까지'식으로 구차하게 묶어놓는 것은 결국 산업자본의 실질적인 소유한도를 4%로 제한하겠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다시 말하면,지배주주의 자율경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관치금융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의결권이란 출자 목적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은행이 승인하고 주주가 동의한 출자에 대해 정부가 의결권을 묶겠다는 것은 불합리할 뿐더러 재산권 침해의 소지마저 있다. 의결권 제한은 '1주=1표'라는 주식회사 원리에도 위배된다.의결권이 없으면 임원선임이나 투자계획 등 중요한 경영의사 결정 때 참여할 수가 없다.
정부로서는 투자제한은 대폭 완화하되 소유구조는 계속 제한하는 일종의 절충안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의결권도 행사하지 못하는데 누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려 할것인가.그렇지 않아도 기업의 투자의욕이 바닥에 떨어진 때가 아닌가.
같은 맥락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에 대해 출자총액 제한을 대폭 완화해주는 대신 순자산의 25%를 초과한 출자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키로 한 것도 대기업 규제개혁의 취지를 반감시키는 '하나마나한' 조치일 뿐이다.
소유주식 및 의결권 제한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사실상 원천봉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실질적 민영화는 물건너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의결권은 물론 소유제한도 완전히 풀어 은행에 확실한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대주주에 대한 불법 대출은 철저한 금융감독을 통해 예방하면 된다.
그것 만이 은행을 관치로부터 해방시켜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금융규제개혁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