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품에 4S 시대가 열리고 있다. 빠르고(speed) 안정적(stable)이며 구체적이고(specific) 고객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satisfaction) 상품들이 등장, 고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들어 은행권이 내놓은 예금이나 대출 등 금융상품중 고객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은 상품들은 모두 이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금융상품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히트상품의 최우선 조건은 속도. 인터넷시대인 만큼 상품가입이나 해지, 추가불입이 자유롭고 빨라야하는 것이 첫번째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간이 돈'이라는 개념이 금융상품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초저금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금리 0.1%포인트 차이에도 돈이 빠르게 움직이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신한은행의 사이버론은 이런 점에서 인터넷시대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손꼽힌다. 인터넷을 통해 대출 전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주된 배경이다. 평화은행의 따따따론은 대출상품간 속도전 경쟁을 불러온 상품중 하나다. 이 상품은 '신청에서 대출까지 3분이면 OK'라는 점을 앞세운다. 제일은행의 퀵캐시론 역시 명칭에서부터 스피드를 강조하고 있는 상품이다. 두번째는 안정성이다. 외환위기이후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깨지면서 자금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좇아가는 추세다. 작년에 은행권이 일제히 팔았던 단위금전신탁에 가입했다가 처음으로 원본손실을 경험했던 고객들은 아직도 그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이후 모든 상품들이 안전하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한번 까다로워진 고객들의 입맛을 쉽게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해들어 원본보전형이나 부동산신탁 등 일정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신탁상품들이 히트를 한 것도 이래서다. 국민 한빛 하나 조흥은행 등이 부동산신탁상품을 내놓자말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이 이같은 사실을 잘 말해준다. 외환은행이 선보인 세이프알파신탁도 마찬가지 특성을 가진 상품으로 꼽을 수 있다. 가입고객들의 성향 직업 소득수준 신용도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이에 맞춘 상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누구나 가입하는 상품'은 이젠 한물간 개념이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고객들도 다양화되면서 금융상품도 갈수록 구체화되고 세분화되고 있다. 고객들도 자신의 조건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부가서비스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나은행이 약사를 겨냥해 내놓은 무보증신용대출 상품 '하나메디론'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라 할만하다. 평화은행의 따따따론, 제일은행의 퀵캐시론은 스피드와 함께 급전이 필요한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으로도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고객만족형 상품이다. 금리적용 만기형태 대출금상환방법 등을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들이 크게 늘고 있다. 경기변동이 심하면서 소득수준도 급변하는 시대인 만큼 고객들이 언제든지 금리조건 등을 바꿀 수 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올해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국민은행 슈퍼정기예금. 이 상품은 금리결정권 이자지급방법 등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정기예금'이다. 이 상품은 첫 선을 보인 후 4개월만에 15조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비슷한 상품으로는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공익형 상품을 들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자수익에 변동이 없으면서 사회봉사활동에 간접적이나마 참여할 수 있다는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 한빛은행의 한빛참사랑신탁은 수익도 얻고 장애인도 돕는 공익형 상품이다. 한빛은행이 이 상품에서 얻는 신탁보수의 30%를 보건복지부가 추천하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기관이나 관련사업에 기부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한미은행의 한미셀프디자인신탁(고금리 포트폴리오형)도 1년 이내의 단기간에 고객의 성향에 맞게 자산을 운용해주는 신탁상품이다. 총 25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자금운용방법으로 투자기간별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고수익을 목표로 한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이 원하는 자산에 구체적으로 운용지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에서는 앞으로도 은행권의 예금및 대출상품은 4S를 필요조건으로 충족하는 상품이 큰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상품의 '4S' 시대가 본격 개막되고 있는 것이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